대통령의 발언은 비판으로부터 ‘성역’인가. 비자금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노태우씨의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92년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 지난달 30일 김대통령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6일 김윤환 민자당 대표가 “김대통령은 (노전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잘은 모르지만 야당 지도자도 받았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언론이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것은 권력에 약한 언론의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설 등을 통해 92년 대선 자금을 공개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해 온 대부분의 언론은 김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거부한데 대해서도 문제제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통령이 30일 국무위원과의 조찬 간담회및 3부 요인·정당대표 초청 오찬 회동에서 “노씨가 민자당 총재 시절에는 당의 자금 문제를 내게 이야기 한 일이 없으며, 내가 당의 자금에 관여한 바도 없다”며 노씨의 대선 자금 지원설을 일축, 대선 자금을 받았을 것이라는 김윤환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김대통령은 또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해 대선 자금 공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1면 머릿기사등으로 “김대통령, 대선 자금 관여한 적 없다”는 식으로 김대통령의 결백 주장을 그대로 인용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다수 언론들은 또 “노씨 탈당후 만난 적도 없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을 대선자금과 무관함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로 비중있게 다루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대선 자금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태도도 대부분 문제삼지 않았다.

반면 김대통령의 결백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야당의 주장은 작게 처리하거나 야당의 정치공세 정도로 소개하는 듯한 보도태도로 대조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이 김대통령의 발언 진위에 강력한 의혹을 제기하고 동아일보가 정치부 차장의 데스크 컬럼을 통해 “성역없는 비자금 수사를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비공개 태도를 정면으로 문제삼았을 뿐이다.

대다수 언론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노씨에 대해 검찰 수사 이전에 모든 진상을 밝히도록 요구한 것이나 성역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한 것과는 달리 김대통령과 민자당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석태변호사는 “성역없는 비자금 수사를 위해서라도 김영삼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앞서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대통령과 민자당이 이를 외면한다면 언론이 앞장서 공개 여론을 조성,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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