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인천시 당국의 철거에 반대해 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 행방불명됐던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씨가 28일 변사체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유족들은 물론, 인천지역 재야단체들은 타살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이씨의 죽음을 “타살이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먼저 이씨가 발견될 당시의 상태이다. 실종 3일째인 28일 아침 인천 아암도 앞바다에서 발견될 당시 이씨는 두손목과 양팔이 포승줄로 묶인 상태였으며 특히 얼굴, 어깨 등 신체 여러부위의 멍든 상처가 뚜렷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씨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 찍은 사진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유족 등은 이씨가 바다에 빠지기 전 누군가에 의해 결박된 채 엄청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 등은 또 이씨가 행방불명된 날인 25일 저녁 8시께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씨가 이날 동료 노점상 이모씨와 함께 농성중이던 철탑에서 내려와 탈출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발각돼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얘기하고 있다.

당시 이씨의 연행을 목격했던 동료 이모씨는 “이씨가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경찰에 연행된 이씨가 갑자기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느냐”는 것이 유족 등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경찰의 무리한 시신 ‘탈취’ 행동에 비추어 볼 때도 설득력을 가진다. 경찰은 29일 새벽 유족 등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이씨의 시신을 인천 중앙 길병원 영안실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유족의 동의 없이 강제 부검을 실시, “어깨 등의 상처는 직접 사인이 아니다”며 “이씨가 익사한 것으로 판명된다”는 1차 소견을 발표한 것도 경찰의 행동에 의구심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유족 등은 경찰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28일 이씨의 시신을 본 세광병원쪽에서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했다”며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유족들과 인천 지역 재야단체들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인 판정에 반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달 30일 인천 시민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이달 9일에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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