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큐릭스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약 200억 원의 비자금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22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국감에서 태광그룹이 2006년도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를 통해 큐릭스홀딩스 지분 30%를 매입하고, 2009년도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가 나머지 70%의 지분을 매입해 100%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 약 2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날 "회계전문가의 자문을 얻은 결과 티브로드홀딩스가 실제 취득한 금액에서 군인공제회 등의 추정처분 가액을 뺀 차익은 약 191억 원에서 201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는 티브로드홀딩스가 직접 지분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가 중간에 개입하면서 차익을 취했을 가능성"이라며 "2006년도 옵션형태의 큐릭스홀딩스 지분인수는 결국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편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이치열 기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큐릭스 인수로비 의혹 단독보도에서 태광산업의 소액주주인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먼트의 박윤배 대표의 "이호진 태광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를 이용해 30%의 지분을 샀다가 비싼 가격에 되팔아 200억원의 차액을 남겼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최 의원은 이미 지난해 4월 국회 상임위에서 군인공제회가 2006년 12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큐릭스홀딩스 지분인수(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2006년 당시 군인공제회와 한국개발리스가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30%를 각각 460억 원(15.3%)과 440억 원(14.7%)을 주고 인수하면, 2년 이내에 티브로드의 모기업 태광 쪽에 옵션을 붙여 이를 되팔 수 있는 것으로 적혀 있다.

당시 방송법은 전국 77개 권역 중 15개 권역(20%)을 초과해 SO를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고, 태광그룹(당시 14개 권역)은 이 규정 때문에 큐릭스(6개 권역)를 곧바로 인수할 수 없었다. 이 규제는 2008년 11월에야 완화되는데, 결국 태광그룹이 다른 MSO보다 1년 일찍 규제 완화를 '확신'하고 이러한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다.

22일 최 의원은 더 나아가 "2006년도 거래가 이뤄지던 시점에 태광그룹은 사실상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100%를 취득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든다"고도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70% 주식을 인수하던 2009년 1월의 취득단가는 주당 6만3000원인데 반해, 경영권과 관련 없는 30%의 지분을 취득하던 2009년 5월의 단가는 7만9000원에 달해 주당 취득단가가 25%나 높게 지분을 매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최 의원은 "2009년 1월 취득했다는 큐릭스홀딩스 지분 70%도 사실은 사전에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2006년도 당시 태광은 큐릭스 인수계획을 세우고, 군인공제회, 화인파트너스와의 옵션계약 때부터 태광이 주도적으로 구조를 설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고 했다.

최 의원은 "공적 책임을 갖는 방송사업자가 이 추정과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방송법의 소유, 겸영규제를 피하기 위해 '옵션형' 방식의 계약을 추진했다면 이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태광그룹 쪽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는 태광그룹 뿐 아니라 케이블 업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고 이를 정부가 실행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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