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로비 의혹의 몸통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뜨겁다. 태광그룹이 지난 1997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업을 시작한 이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사세를 급격히 키웠기 때문이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국감에서 "태광그룹 문제와 관련해 지난 정권에서 박지원 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혹을 받을 만한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이 2000년과 2001년 타 SO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울 때 박 원내대표가 홍보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지냈다는 것이다.

   
  ▲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왼쪽),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진 의원은 특히 박 원내대표가 1996년 1월 15대 총선을 앞두고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할 때 '도움을 준 사람'으로 언급한 신모씨가 지난해 3월 티브로드 직원으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방통위 뉴미디어과장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출신인 신 전 과장과 박 원내대표의 '인연'은 언론계에 알려져 있는 사실이나, 박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밀양라인'을 언급해 재차 거론된 것이다.

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밀양라인'을 언급했는데 이 분들은 사실 박 원내대표와 관련이 있다"고 반격한 것이다. 이른바 '밀양라인'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 문제의 접대 자리에 있었던 청와대 파견 행정관 김모씨와 신 전 과장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행정관과 신 전 과장은 모두 경남 밀양 출신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 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과장은 또한 현직 여당 모 국회의원과 고교 동기동창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 원내대표는 이러한 인물 등을 묶어 '밀양라인'으로 부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자 진 의원이 신 전 과장과 박 원내대표의 인연을 강조하며, "박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을 만 하다"고 한 것이다.

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 외에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초대 통합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전 위원장의 의혹도 제기했다. 태광그룹 계열 SO인 경기연합방송이 2001년 7월 방송법상 자격 미달이었음에도 강 전 위원장이 몸담고 있던 옛 방송위원회가 수원·오산·화성 지역 사업자로 승인해 줬다는 것이다. 강 전 위원장이 의혹을 받는 것은 2007년 3월 티브로드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데 있다.

진 의원은 또한 "참여정부 때 방송정책을 주관했던 실세는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이었는데 그들이 과연 태광그룹 로비 건을 몰랐겠느냐"라며 "이번 건은 이미 전 정부 때부터 싹이 트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으므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물타기 공세'라며 반발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정권 때 티브로드 등의 업무는 옛 방송위와 정보통신부에서 관장한 것이지 문화부는 주무부처가 아니다"라며 "책 쓰는 데 도움 받은 인간관계 하나로 현 정권에서 일어난 비리사건에 끌어들이는 것은 대단히 부도덕하고 몰상식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본인의 트위터(@jwp615)를 통해 "달을 봐야지 제 손가락을 보고 있다. 오늘은 문방위서 태광그룹에 제가 관계있다며 맹공 중"이라며 "절 참으로 높이 평가하니 웃음만 나온다"라고 밝혔다. 최시중 위원장은 '밀양라인' 실체에 대한 질의를 받고 "라인은 많은 점이 모여야 하는데 점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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