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을 타고 침투해오는 서양문화를 막기위해 아시아각국이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대표적인 ‘전파쇄국정책’을 펴는 나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등 아시아 각국이 위성방송을 앞세운 문화침투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IPI 리포트 최근호는 이같은 아시아 각국의 ‘위성방송 대책’을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시아컴 편집인인 사이몬 트위스튼 데이비스의 기고내용(30억 아시아인을 내내 TV앞에 잡아둘 수 있는가)을 요약, 소개한다.

공기가 희소한 카트만두, 무더운 정글의 캄보디아, 그리고 높은 고지의 타이페이 어디서나 TV수신을 위한 가정용 접시형안테나를 볼 수 있다. 세계인구의 3분의 2이상인 약 30억의 인구가 테드 터너, 루퍼트 머독, 마이클 아이스너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수신할 수 있다. 아시아만해도 약 4백 50만명이 위성TV를 수신하고 있다는 사실에 각국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정부는 최근까지 위성수신을 완전히 금지시켰왔다. 중국정부는 위성접시의 개인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란은 율법학자를 동원해 수신을 불법화했다. 각국 정부는 위성수신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성방송의 위력에 크게 놀란 대표적인 국가로는 중국을 들 수 있다. 중국정부는 1989년 6월 천안문광장학살이 CNN의 화면을 통해 방영되는 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1991년 초 머독 언론재벌이 소유한 스타TV가 아시아새트 1 위성을 통해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이 밀집돼 있는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인도, 파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에서 스타TV가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각 정부들은 충격을 받았다. BBC월드 서비스가 인도의 인종간 갈등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낸 것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정부는 키스장면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 당국자들은 ‘문화침투’라는 슬로건으로 위성TV 비판에 나섰다. 위성방송에 대한 각국 정부의 폐쇄정책은 그러나 큰 실효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이들 국가에서 위성방송은 사람들을 흡인하는 힘이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다 위성방송이 쏟아내는 서구문화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위성TV는 전체주의 국가에게는 이제 현존하는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 터져나온 루퍼드 머독의 경솔한 발언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루퍼드 머독은 93년 9월 스타 TV에 방영된 연설에서 “위성TV가 전체주의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전체주의 국가를 섬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달후 중국정부는 허가없이 외국 방송을 수신하거나 위성접시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머독은 모택동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 방영하고 BBC월드 서비스 스케줄을 빼는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에서는 외교관 숙소나 일급호텔등 극히 예외적으로만 이들 위성방송의 시청이 허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는 달리 최근 들어 완화정책을 편 사례에 속한다. 위성방송의 수신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던 말레이시아는 ‘위성방송 금지법’을 폐지하는 대신 자체 위성 미세트(Measat)를 띄워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미세트를 통한 말레이시아 위성방송이 모국어로 방송되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 위성방송 수신기를 미세트에 고정시키도록 유도함으로써 스타TV나 CNN네트웍등 다른 위성방송 청취를 어렵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법적 제재보다도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도에서는 여야당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외국신문의 국내 반입등에 긍정적인 반면 야당은 정부 여당의 이같은 개방정책에 비판적이다.

야당은 특히 CNN과 국영네트워크인 도어샨(Doordarshan)이 체결한 협정의 파기를 요구하고 있다. 인도 정부와 여당은 그러나 개방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방침이다. 한편 싱가포르는 외국 위성방송 수신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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