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3대 방송사의 하나인 CBS가 담배회사에 비판적인 방송내용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BS는 지난 5일 간판 보도프로그램인 <60분>뉴스에서 당초 예정돼 있던 브라운 윌리엄슨 담배회사(Brown & Williamson Tobacco Corp.)의 전직 중역과의 인터뷰를 방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배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던 이 인터뷰 대신 CBS는 불리한 여론 조성을 차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담배회사들의 로비 실태등을 다룬 보도를 내보냈다.

CBS가 이 기사를 뺀 것은 자문변호사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CBS의 중역들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인터뷰내용 자체가 아니라 회사내 문제에 대해 발설하지 않기로 한 담배회사 전직 중역이 담배회사와 맺은 계약 때문이라고 밝혔다. <60분>의 보도자인 마이크 월리스는 CBS가 보도를 취소한 것은 최근 ABC사가 필립모리스사와의 소송에서 패해 1백50억달러의 손해배상을 물게된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는 CBS가 웨스팅하우스사와 추진하고 있는 54억달러에 달하는 합병협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합병에 대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몇십억 달러의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60분>의 총연출자인 돈 헤위트는 “우리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담배회사 직원들과 관련된 배심원들이 당신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라. 조심하는게 좋다. 인터뷰를 뺀 법률가들의 결정을 지지한다. 1백50억 달러가 당신 머리를 겨누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총알을 피하고 싶다.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CBS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이같은 자기검열은 스스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을 제기했다. “법학자들은 언론이 공공에 이로운 것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CBS 변호사들이 문제삼은 계약 원칙들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증언자의 계약을 들어 보도를 할 수 없다면 언론 독립성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인터뷰 삭제를 결정한 것이 보도 책임자들이 아니라 법률가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언론인들이 스스로 결정해애 할 것을 법률간 손에 맡겼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한편으로 CBS가 그동안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보도자세를 견지해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CBS의 이같은 태도는 CBS에 애정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의 이같은 논평은 타언론사의 보도태도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고 있는 우리 언론과는 대조를 보이는 것으로 상업주의에 물든 미국언론의 또다른 일면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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