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씨가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했던 김 위원장을 만나 동생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태를 일으키도록 왜 묵인했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KBS가 김씨의 측근이라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KBS는 김정은씨에게 직접 확인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김씨의 측근이라는 사람의 주장을 전언의 형태로 일방적으로 9시 뉴스의 톱뉴스를 포함해 두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 측근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KBS는 14일 밤 <뉴스9> 톱뉴스 '"김정남, 김정일 방중때 만나 천안함 항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지난 8월 말 마카오와 베이징을 오가며 살던 큰아들 김정남이 숙소를 찾아가 아버지를 만났다고 중국 정부에 있는 김정남씨의 측근이 말했다고 전했다.

KBS는 김씨가 이 자리에서 "동생 정은이 무리하게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가 실패하자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고 아버지가 왜 사고를 치도록 묵인했느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김정남의 중국인 측근은 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KBS는 중국 정부 내 김정남 측근의 녹취를 통해 "화폐개혁하고 천안함 사건, 얼굴 나타내기 전에 말아먹은 일인데/아버지가 묵인하고 계속 이런 일이 생겼다. 이걸 항의한거죠"라고 인용했다.

   
  ▲ 지난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톱뉴스  
 
   
  ▲ 지난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톱뉴스  
 
또한 KBS는 측근의 녹취를 통해 "동생(김정은)이 자기 잘못을 인정 못하고 계속 앞으로 이런 일을 추진하게 되면, 그리고 아버지가 계속 묵인해 준다면 자기가 정남이가 자기 길을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대표자대회가 애초 지난달 열리려다 연기된 배경도 김정남씨의 항의 때문에 미뤘다는 이 측근의 주장을 KBS는 그대로 전했다.

KBS는 "우리 정보당국자들은 동생이 후계자로 등극하자 큰형 김정남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이 측근이 김정은씨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취재원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 않았다.

KBS는 이어진 리포트 '북한, 왕자의 난 조짐'을 통해 북한 내 세습구도를 둘러싸고 암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북한문제를 흥미위주로 풀어갔다.

KBS는 자신들이 단독인터뷰한 중국 내 김정은 측근이 김정은의 김정남 살해 기도 등 형제간 권력 암투를 걱정했다고 전했다.

   
  ▲ 지난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는 "지난해 6월 후계자 김정은은 당시 마카오에 체류중이던 큰형을 암살하려 했다"며 "아버지도 모르게 추진했지만 중국에 발각돼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 김정남 측근의 말"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8월 후진타오 주석에게 직접 큰아들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이 측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못지 않게 김정남도 중국과 북한에 만만치 않은 세력을 두고 있는 만큼 북한판 왕자의 난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KBS는 주장했다.

KBS는 "권력 투쟁 여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그러니까 얼마나 사느냐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의 리포트를 아무리 꼼꼼히 들여다봐도 중국 정부내 김정남 측근이라는 사람의 말 외엔 아무런 당사자 확인취재 흔적이 드러나있지 않다. 결국 전언에 불과한 말을 가지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후계 문제를 일방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지난 15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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