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출범을 비롯해 노태우씨 비자금 파문에 이은 5·18 특별법 제정 등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다고 할 9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3일 검거된 이후 이곳 서울구치소에 갇힌 처지이지만 자유로운 마음만은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바램인 이 사회의 민주화와 개혁이 보다 알차게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최근 5·18과 12·12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노씨만 처벌해야 한다는 ‘제한 처벌론’은 이같은 새해의 희망찬 출발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수구세력의 ‘제한 처벌론’을 물리치고 우리사회가 진정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길은 다름 아니라 쿠데타 당시 권력 창출에 관여했던 정치군인 모두를 정당한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우는 것과 노씨 비자금 관련자 역시 같은 원칙하에 철저히 사법처리하는데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5·18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80년 5월 당시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후 신군부의 정권장악을 비호했던 언론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인적인 과거 청산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는 여론 조성등 언론이 사회적 기능과 관련해 언론의 분명한 반성이 없다면 또 어느때 그같은 곡필을 재현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곳 서울구치소에 들어온 이후 한편으로는 새해 노동운동의 전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출범한 직후에 나름의 체계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검거됐다는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새해에는 김영삼 정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노씨 구속 처벌로 인해 김영삼 정권으로부터 멀어진 수구보수세력을 끌어안아 내년 총선거에서 이들을 기반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김영삼 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밝혔듯이 민주노총은 대화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진정 민주노총 만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의 탄압이 거세진다고 물러서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새해 민주노총의 최대 과제는 권력의 그 어떤 탄압에도 물러섬 없이 꿋꿋이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민주노총을 비롯한 모든 민주세력의 현명한 대응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한편 저는 최근 프랑스에서 공공기업 노조들의 총파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오랜 기간 서울신문 프랑스 특파원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만 프랑스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시민 불편이다, 국력 소모다하여 왜곡, 비난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그들의 당연한 권리로 존중하면서 파업의 원인은 무엇이고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진정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언론의 공명정대한 태도가 프랑스의 민주적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언론 역시 새해를 맞아 보다 성숙한 국민의 언론으로 서려면 노동운동에 대한 보다 진지한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검찰의 기소에 따라 새해 1월중으로 첫 공판이 시작됩니다. 새해 인사는 그때 또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