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중의 임금문제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임금2분설’을 취하여 ‘정근수당’은 생활보장적 임금이므로 이는 삭감할 수 없다는, 그동안 자신이 확립하고 있던 입장을 특별한 상황변화도 없는데 전복시키고 ‘의사해석설’을 취하여 임금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파업중의 임금지급은 모두 당사자간의 협상대상으로 인정함으로써 생존권투쟁의 보호와 우리 노동현실을 외면한 ‘사법의 반동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대법원판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무엇보다 노동법의 제1차적 원리인 ‘현실우선주의’를 무시한 개념법학적 사고방식의 판결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노동법의 해석은 시민법원리를 수정하여 노사간 힘의 균형을 확보시킴으로써 노사간 실질적인 계약자유를 실현하려는 노동법생성의 의의와 노동자의 생존권투쟁을 보호하려는 노동기본권의 역사적 사명을 생각한다면 항상 사회적 현실을 기초로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보호되도록 하여야 하고,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고 법률개념에만 충실하여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된다면 이는 노동법원리를 망각한 것이다.

파업 등 쟁의행위기간중의 임금문제에 관한 법적 쟁점은 쟁의기간중의 근로계약관계의 법적 성질문제와 관련해서 임금의 지급여부, 그리고 그 기간중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면 그 삭감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요컨대 쟁의행위중의 근로계약관계는 ‘일시 정지’되어 평상시의 개별노사관계의 주된 내용인 근로자의 노무지급의무와 임금청구권을 모두 일시 정지시키는 법적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어떤 제재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민·형사면책) 동시에 ‘임금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학설상 지배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이때 상실되는 임금의 범위문제는 학설·판례상의 대립이 있어서 ‘임금2분설’(임금의 성질을 2분하여 ‘생활보장적 임금’과 ‘교환적 임금’ 중 쟁의행위에 의하여 상실되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후자에 한정된다는 견해)과 ‘의사해석설’(임금삭감과 범위는 개별적으로 합의 또는 당해 취업규칙, 단협 등의 해석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로 나뉘어져 왔다.

노동법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임금2분설을 지지하고 판례도 국민연금관리공단사건(90.12.11)이래 전적으로 이를 채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금2분설은 적어도 근로자의 생존권투쟁을 보호하려는 헌법정신을 어느 정도 반영한 법리적 설득력을 가진다.

법적으로 파업중에도 종업원으로서의 지위는 변함없이 존속되므로 파업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도 근로계약효과의 일부인 지휘명령관계뿐이고 기타의 계약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치 휴게시간중이나 취업시간후에도 복리후생적 성격의 제수당 및 시설이용 등이 당연히 부여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혜택이 주어져야 하고, 또한 연월차휴가·출산휴가·생리휴가 등에 의하여 ‘무노동’한 경우 가족수당 등을 삭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로 된다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무단결근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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