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횡성 한우를 사러 갔는데, 가게 주인이 안성 한우·미국 등심 등 이것 저것 다 사게 했다. 그러면 소비자가 시장 가기 무섭지 않겠나. 다신 안 가겠다고 하지 않겠나. 그러자 이번엔 집으로 가게 주인 맘대로 원하는 만큼의 고기를 배달해 값을 지불하라고 한다."

광고주(한우 소비자)에 대한 신문사(가게 주인)의 광고 영업 행태를 꼬집은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본부장의 지적이다. 현재 신문사 등 일부 언론사의 광고 강매, 협찬 강요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도를 넘었다는 게 광고주쪽 판단이다.

한국광고주협회, 한국광고단체협의회, 한국광고학회는 15일 오후 서울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신문 및 인터넷광고 선진화방안 특별세미나'를 열고, 광고·홍보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조사에 따르면, 이경렬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부)가 50명의 광고 및 홍보담당자를 대상으로 '신문광고를 집행할 때 불합리한 광고 강요 및 협찬 경험이 있는가'를 묻자, 응답자 모두 '있다'고 대답했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부)가 별도로 광고·홍보쪽 담당자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여 명의 응답자 중 82%가 '인터넷 광고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관련 기사 <광고주 "신문광고·협찬 강요받아봤다" 100%>)

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특히 광고주쪽과 신문사쪽이 이날 세미나에서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며 열띤 '신경전'을 벌였다.

곽혁 본부장은 "지금까지 광고주는 언론사에 사실상 보험의 성격으로 원치 않는 광고를 해왔는데, 이제는 보험이 1~2개가 아니라 매달 수없이 많아져 보험 기능을 상실할 정도"라며 "많은 홍보 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더 이상 못해 먹겠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곽 본부장은 모든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해야 하는 원 턴(One turn) 방식의 광고 관행의 문제, 광고 협찬의 강매 문제를 주요 문제로 꼽고, "시장 원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현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금은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데 신문사 영업 담당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광고주를 접근하고 있다"며 "신문사 광고 영업 담당자들이 재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광고주쪽은 '업계 공통의 가이드라인 마련', '건전성 인증제 도입', '유사언론 규제', '발행부수 공개', 'ABC제도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주장하면서, "가격 측정을 위한 투명한 신문 정보 공개"를 강조했다. 

그러나, 신문사쪽은 이날 토론회 주제를 문제 삼을 정도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손병기 중앙일보 광고본부장은 "오늘의 주제는 해묵은 논제가 아닌가"라며 "학계에서 연구할 때 현상만 보니까 수 년이 지나도 발전되는 모멘텀(momentum·탄력)이 잘 안 일어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병기 본부장은 "협찬, 원 턴이 좋은 관행이 아니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성장통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광고주들이 겪는 억압적인 것도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시장주의로 회복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손 상무는 "정리하자면 신문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필요하다"며 신문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민주화 되고 짧은 시간에 성과에 얻는데 어떤 매체가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나"며 "최근 촛불 사태를 봐도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사회를 받쳐주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었다고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좋은 신문이 있어야 선진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터넷 광고 문제에 대해선, 김병희 교수는 "인터넷 매체의 부실한 재정 상태와 과도한 난립이 광고 강매의 주요 원인"이라며 △인터넷 언론사의 설립과 진입 요건 강화 △인터넷 및 디지털 미디어법 제정을 위한 연구 검토 △유럽의 베델스만 재단 같은 연구 기구를 발족해 국회, 법조계, 언론계, 포털 사업자, 시민단체의 공동 논의 △대형 포털부터 일정액의 광고 수수료를 사회에 환원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형우 인터넷마케팅협회 대표는 "SNS 등 디지털 디바이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인터넷 신문사의 등록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자율적인 규제"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