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보고서 내용 어디를 보더라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북한소행의 결정적 증거라고 발표했던 ‘1번’표기의 잉크성분도 규명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13일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정치권 의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북한 소행’을 증명할 물증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했던 ‘파란색 어뢰 1번’의 의문은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정부와 다른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도와 더불어, 최근에는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조차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하며 천안함 사건의 사고가능성을 언급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의 결론은 무조건 ‘북한의 소행’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북한 소행이라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 5월20일 제시한 어뢰 추진체 잔해물에 쓰인 '1번' 글씨. ⓒ인터넷공동사진취재단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국내외적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채 서둘러 발표되는 이번 최종 보고서에 대해 벌써부터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을 서둘러 덮기 위한 눈가림 수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적 의혹은 물론 국제적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한 채, 페이지 수만 늘린다고 해서 국민이 믿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은 3월26일 밤 일어난 사건이다. 반년이 흘렀다. 정부는 어설픈 발표로 혼란을 부채질했다. 정부 발표에 의문이 제기되면 뒤늦게 내용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천안함 침몰=북한 어뢰 피격’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려면 냉정한 분석과 객관적인 검증 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정부는 검증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국회 차원의 검증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형식적인 논의를 두 차례 했을 뿐이다.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성명을 통해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하여 최초 사건발생 시각, TOD 동영상의 존재 여부, 어뢰설계도의 출처 등을 비롯한 국민들의 합리적 의혹에 대해 무사히 말을 바꾸며 자신들의 결론에 짜 맞추려는 행태를 보여 왔으며, 은폐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았고, 단 한번의 대국민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의 천안함 사고 원인 발표에 대해 국민의 70%는 믿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보고서 파문이나 그레그 전 대사의 증언 등 새로운 의혹들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민주당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국민적·국제적 의혹을 풀기 위한 천안함 특위 재가동을 정부여당에 거듭 촉구한다. 만일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의혹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한나라당의 소극적인 태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이 달라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동강 나 있는 천안함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 조사결과를 부인하는 국민은 안 계실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과학적인 논리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음모론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일부 세력이 있음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너무나도 과학적인 근거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비과학적인 음모로 국민을 우롱하고, 특히 희생된 가족들을 분노케 하는, 북한 편들기에 골몰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친북적인 작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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