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6개월 만에 나온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방부와 합조단에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채 중간에 질의 응답을 끝내는 등 '최종'이라는 표현이 무색했다.

13일 합조단의 브리핑이 끝난 뒤 시작된 질의 응답에서 'TNT 360kg일 경우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는데, 당초 발견됐을 땐 TNT 250kg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인주 합조단 대령은 "고성능 250kg 규모라는 것은 지난 5월 20일 발표와 동일하다. TNT를 기준으로 폭발량을 실험한 것(일 뿐)"이라며 "고성능 폭약 250kg 성분을 모르기 때문에 TNT 360kg 정도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TNT 250kg 규모로 실험했을 뿐 폭약의 규모가 당초 발표 때보다 늘어난 것이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는 "5월 발표 당시 시뮬레이션에서는 TNT 250kg으로 했다고 했는데, 보고서 어디에선 폭약, 어디엔 TNT로 돼있고, 어디에선 장약이라고도 돼있다. 방금 해명과도 틀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김보근 한겨레 기자가 TNT 폭약규모의 계산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 계속되는 국방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질문을 계속하자 합조단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왼쪽부터 김인주 합조단 대령, 윤종성 군측 합조단장,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 윤덕용 민간측 합조단장.이치열 기자 truth710@  
 
윤종성 군측 합조단장은 "고성능 폭약은 HMX, RDX, TNT를 혼합한 것으로, 혼합 비율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TNT로 한 것"이라며 "애초부터 고성능폭약 250kg으로 발표했고, 오늘도 마찬가지 고성능 250kg이다. 다만, 기준을 잡기 위해 시뮬레이션 때는 TNT로 했다"고 거듭 답했다. 그러나 박성진 기자는 "시뮬레이션은 TNT로 하고, 막연히 어뢰는 폭발력이 (더) 높을 것이라고 하면 애매하고 신뢰성에 의문이 가고,  책자 내용도 그렇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천안함 선체에서는 발견했다는 폭약 성분을 정작 어뢰잔해물에서는 전혀 검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종성 군측 합조단장은 "어뢰 잔해물에서 검출했느냐고 물었을 때 여러번 (검출을) 시도했는데, 애초부터 없었을 수도 있고, 우리의 검출능력 한계일 수도 있고, (결국은) 검출하지 못했다"며 "다만 천안함 함수 부위와 연돌, 가스터빈, 해저 등에서 다량의 HMX RDX TNT를 검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타임즈의 기자는 "추진체, 선체에서 발견된 폭약 성분을 어뢰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윤종성 단장은 "흡착물질은 일치했는데, 폭약성분은 워낙 미량이라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윤덕용 민간측 합조단장은 "어떤 이유에서 선체는 지형이 넓기 때문에 검출됐지만 어뢰의 경우 굉장히 적은 면적이기 때문에 검출이 잘 안된다"고 거들었다.

   
  ▲ 윤종성 군측 합조단장이 13일 국방부 천안함 보고서 발표 회견에서 천안함침몰관련 홍보만화책인 <강호룡 기자가 살펴 본 천안함피격사건의 진실>에 의혹사항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며 기자들에게 참고할 것을 권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성진 기자는 "천안함은 수상 발칸포 등 화약을 다루는 무기가 많이 있고, 흡착되기 쉬운 곳에선 마찬가지로 발견이 가능하다. 다른 초계함도 조사해 봤느냐" "다른 초계함의 유사한 곳에서 나오면 그런 증거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윤종성 단장은 "얘기(는) 해봤는데, 해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연어급 잠수함정이라는 말이 이번 최종보고서에 사라진 이유에 대해 손기화 합조단 준장은 "5월 발표 때도 '북한 잠수함정'으로 표시했으나 (기자들이) '종류가 뭐냐'고 물어서 연어급이라고 발표했던 것"이라며 "특별히 기술할 게 없고, 보안상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바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이 그렇다면 '연어급 잠수정은 아니란 얘기냐'고 따져묻자 "연어급은 맞다"고 했다.

쌍끌이 어선이 어뢰추진체와 모터를 각각 5월 15일 9시 25분과 38분에 발견했다고 보고서에 기재된 것과 관련해 지난 5월 20일 발표 땐 한꺼번에 인양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합조단 관계자는 "같이 건져 올린 시간이 25분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고, 이후 추가적으로 발견하다보니 확인하는 과정에서 모터를 38분에 확인했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신문 기자는 "큰 물체인데 한꺼번에 확인 않고 따로했다는 건 이해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보근 한겨레 기자도 "국방부가 제시한 레일리 윌리 공식으로 볼 때 TNT 360kg 규모로 7m 깊이에서 폭발했을 때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지진파를 볼 때 안맞는 구석이 많다"며 "폭발규모 260kg일 땐 수심 10m 깊이에서 폭발해야 맞는데, 수심 7m까지 올라온다면 레일리-윌리 공식으로 지진파 진도 1.5일 때, (폭발력은)  200kg이 채 안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다. 공식으로 해도 7m 깊이일 경우 360kg 규모로 폭발했다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주 합조단 대령은 "레일리 윌리 공식. 자연의 인과관계를 법칙화시킨 게 아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진파 공중음파라는 것이 매질과 온도에 따라 차이가 나고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합조단은 천안함과 어뢰의 부식 정도와 관련해 부식 가속화 실험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보고서에는 담겨 있지 않았다. 윤종성 합조단장은 "부식가속화 실험법을 통해 될 줄 알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안나왔다)"라고 말하면서도 "각종 의혹 사항과 쟁점은 만화에 다 수용했으니 누구나 다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기자가 "녹슨 정도가 1배에서 6배 차이가 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중간에서 원태제 대변인이 "이 자리는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질문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안된 부분도 있고, 일방적으로만 답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대변인은 "(사고 해역은) 조류 심하고 파고가 큰 곳이다.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과학적 규명이 안되는 부분 많이 있을 수 있다. 계속 이 자리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다 답을 못한다. 개별적으로 질문해달라"고 말했다.

   
  ▲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 이치열 기자.  
 
   
  ▲ 국방부가 13일 공개한 천안함 침몰사고 합동조사단 보고서와 홍보만화책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과학적 검증을 통해 입증된 것으로 말하자고 했던 국방부가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과학적 검증이 안된 부분도 있다고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또한 출입기자 외에 다른 기자들에게는 일체 질문할 기회를 주지도 않은 채 1시간 만에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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