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문민정부 아래서 우리 언론은 속으로 멍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더 한층 교묘하고 교활한 언론통제 때문에 우리 언론들이 안에서부터 곪아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12월 18일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족시킨 ‘공정보도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종찬 부총재가 진단하는 우리 언론의 ‘오늘’에 대한 평가다. 이위원장은 언론의 이같은 태도가 과거 군사정권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탄압속에서 생겨나고 있으며 군사정권 때보다도 더욱 우려스러운 양상이라고 지적한다.

“5, 6공 시절에도 정부가 언론에 대해서 심하게 통제했던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그 방법이라는 게 우악스럽고 일면 서투르기까지 했죠. 그러다 보니 정부가 면전에서는 언론으로부터 협조를 받는듯 했으나 내면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위원장은 군사정권 시절에 우리 언론이 ‘외상’을 입었다면 현정부 아래서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더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같은 현실인식이 유례를 찾기 힘든 정당의 대언론 대책기구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이위원장은 “우리당을 유리하게 보도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정한 보도, 진실한 보도를 촉구해 나가자는 게 공정보도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 배경이자 해야할 일”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이나 대선 같은 ‘전쟁’을 공평한 입장에서 결코 치를 수 없다”는 좀 더 현실적인 고민도 배어 있다.

이위원장이 최근 언론의 보도내용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구체적이다. 이위원장이 조목조목 지적하는 불공정, 편파보도 사례들은 △TV뉴스의 심각한 여야간 시간 할애 편파 △대통령 미화보도 급증 △정부여당 편드는 여론몰이식 보도 경향 등으로 집약된다.

특히 방송사들의 대통령 미화보도 급증 현상은 5공 때의 ‘땡전 뉴스’ 부활 차원을 넘어서 ‘땡땡땡김 뉴스’라고 불리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꼬집는다. 이위원장은 “방송 3사와 연합통신, 그리고 서울신문에 대해서 우선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나갈 방침”이라고 소개한다.

방송 3사는 불공정보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에, 연합통신은 최근 일본의 우익잡지 <젠보>(全貌)에 실린 ‘DJ,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정치자금 수수’라는 ‘사실무근’의 기사를 무책임하게 인용, 보도한 점 때문에 집중적인 ‘감시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SBS 8시뉴스는 KBS, MBC 9시뉴스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김대중 총재가 직접 나서서 공정보도를 촉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다. 서울신문은 정부 홍보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여당을 편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역시 일차적인 공정보도 ‘촉구 대상’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는 게 이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대책위는 또 언론들이 불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캐나갈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 언론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는 이유에 대해 이위원장은 “세무사찰 같은 채찍과 위성방송 참여 같은 당근으로 우리 언론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잘라 말한다.

여기에 “언론사 고위간부들 인사에도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도 큰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대목”이라고 밝힌다. 이 기구에는 권노갑, 정상용 의원 등 의원 6명과 박지원 대변인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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