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탐사

자연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원류에 속한다. 연원이 깊은만큼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그램도 많다. 또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해서 자연 다큐멘터리의 미래가 밝은가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드는 품에 비하자면 결과가 신통한 편이 못된다. 다큐멘터리의 접근법이 다양해지면서 시청자의 기호가 다양해진 것도 자연 다큐멘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요소중에 하나다.

게다가 자연 다큐멘터리는 제작진이 장기간 현장에 투입되는 피를 말리는 작업을 거쳐야 제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교양 프로듀서 사이에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줄고 있다.

또 우리 주변에서 인공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자연이란 존재는 점차 좁아지면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MBC 교양제작국의 최삼규 프로듀서는 끈질기게 자연다큐멘터리에 매달려온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최삼규 PD는 이미 <곤충의 사랑>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의 관록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연속기획 ‘한국의 소리 자연의 소리’의 첫 회로 시작한 <어미새의 사랑>도 출발부터 고행의 연속이었다. 1년 기획, 1년 촬영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첫 촬영 20일간 8천킬로미터를 강행군한 것을 비롯 1년동안 전국 방방곡곡 3만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거의 지구를 한바퀴나 돈 거리였다.

그렇게 새를 찾아 헤맸지만 새들은 쉽게 자취를 보여주지 않았다. 바로 얼마전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새가 줄었다는 것이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였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옛시조의 구절에서 보듯 노고지리(종달새)는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보리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새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흔한 종달새를 찾기 위해 보리농사를 짓는 남해안을 누비고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현대가 농경지로 개발한 서산지구 풀밭에서야 서식하고 있는 종달새를 찾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 PD가 종달새를 촬영하는 동안 현대는 간척지를 계획대로 이용하라는 정부지시에 따라 시급히 논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아뭉개고 있었다. 최 PD는 겨우 터를 잡은 새들이 또 어디로 밀려갈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한강에서 비녀를 찾는 제작진의 작업은 계속됐다. 청원에서 촬영한 뻐꾸기가 오목눈이 둥지에서 새끼를 낳는 장면은 이미 <뉴스데스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장면을 화면에 담는데는 갖가지 첨단 장비가 동원됐지만 제작진으로서는 이러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 하늘의 도움 이외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삼규 프로듀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주변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살아가는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갖게된다면 자연보호는 자연히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 최 PD의 설명이다.

소리를 영상으로 들려주는 MBC 자연다큐멘터리 <어미새의 사랑>은 15일 밤 9시 50분부터 2시간동안 1, 2부가 연속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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