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앞 다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면서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정작 수익모델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떠들썩한 기대와 달리 모바일 앱이 언론사 수익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칫 모바일 열풍이 2001년 닷컴 버블처럼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서는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들이 애플 아이폰 앱을 출시한 상태지만 유료 전환을 한 곳은 조선일보 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지면 보기 서비스를 종이신문 정기구독자에게는 무료, 비구독자에게는 월 2천원에 서비스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유료 서비스의 매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은 아직 대부분 유료 전환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천만원의 개발 비용을 들인 것치고는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료화를 고민하기 이전에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독자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언론사 아이폰 앱을 개발하는데 최소 50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 정도가 든다.

문제는 아이폰 앱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앱이나 안드로이드 앱, 윈도우즈 앱 등을 개발하는데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는데 있다. 아직까지는 아이폰이 대세지만 내년에는 확장성이 뛰어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점유율이 아이폰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 아이패드에서 본 미디어오늘 PDF 서비스.  
 

애플의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는 아직 국내 출시도 안 됐지만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일찌감치 개발 작업에 돌입했다. 아이패드 개발 비용은 5천만원 안팎인데 언론사들은 광고 상계 등을 조건으로 초기 개발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아이패드 앱에 앞서 삼성전자에서 나올 갤럭시패드 전용 앱을 먼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모바일 투자 과열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 칼럼니스트 토미 에이호넌은 지난 달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지난 3년 동안 애플 앱스토어의 다운로드 50억건을 분석한 결과 아이폰 앱의 평균 개발비는 3만5천달러인데 평균 수입은 682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51년이 걸린다는 계산을 내놓은 바 있다.

에이호넌은 또 "개발에 너무나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면서 "그 10분의 1인 3천달러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에이호넌은 "최근 앱 개발 열풍은 정보기술 버블 시기와 닮았다"면서 "앱 개발 시장은 아직 대다수 개발자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차라리 다른 대안을 찾는 게 낫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모바일 앱 개발에 앞서 모바일 웹 개발이 우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웹과 모바일이 별개가 아니라 다양한 디바이스를 모두 포괄하는 웹 페이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HTML5가 국제적인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언론사 홈페이지 가운데 HTML5로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는 "우리나라 언론사 뉴스는 웹이냐 앱이냐를 고민하기에 앞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랜을 짜야 한다"면서 "단순히 온라인 콘텐츠를 그대로 앱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는 차별성도 없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며 유료화 성공 가능성 역시 지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우리에게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즈 같은 콘텐츠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테크놀로지는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라면서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의 혁명에 감격스러워하기 보다는 뉴스에 혼과 영감, 휴머니즘을 불어넣을 진정한 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관계자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개발 전략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라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면 뉴스룸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논의가 뉴스룸 바깥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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