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제부 김모 기자가 출입처인 백화점에서 기자 신분을 이용, 가전용품에서 쌀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을 무상, 혹은 일부 비용만 지불하고 챙겨 말썽을 빚고 있다.

“7월께 였다. 세일 가격 1백67만원짜리 미국산 수입냉장고를 ‘달라’고 했다. 1백50만원선이면 가능하다고 가격을 제시했지만 자택에서 냉장고를 인도받은 김기자는 1백만원만 건네준 뒤 ‘알아서 하라’고 했다.” A백화점 관계자의 얘기다. “11월 초순께 김기자가 쌀이 필요하니 자기 차에다 실으라고 했다. 그런데 계산을 하지않고 그냥 가버렸다.” B 백화점 관계자의 증언이다.

1백10만원 상당의 침대와 30만원대의 전기밥통을 각각 무상으로 제공한 C, D 백화점의 경우는 ‘인사하는 셈’ 치고 그냥 공짜로 건네준 케이스. 그러나 그 경위를 살펴보면 역시 절반은 강요된 ‘자의반 타의반’의 울며겨자먹기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백화점의 관계자는 “김기자가 이사를 하면서 침대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히고 “어떻게 절반 가격에 안되겠느냐는 말을 듣고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다”고 한다.

D백화점에서는 김기자가 백화점 모 고위 간부에게 “아내가 사고 싶어하는 밥통이 있다”고 말하고 이 간부와 함께 매장에 내려가 제품을 구입하려다 가격이 비싸자 “다른 제품을 사야겠다”고 하자 같이 갔던 백화점 간부가 “그냥 드릴테니 애초 마음 먹은 것으로 가져가라”며 성의를 보였다.

김 기자의 해명은 이들 백화점 관계자들의 경위 설명과는 조금은 다르다. 냉장고의 경우 “1백만원을 현찰로 지불하면 나머지는 백화점측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며 쌀은 “마침 행사 때 받은 상품권이 있어 이를 주려 했으나 백화점에서 그냥 가져가라 했다”는 것이다. 백화점측의 호의를 그냥 받아들인게 잘못이었다는 해명인 셈이다.

이들 백화점 관계자들은 한 모임자리에서 김기자에게 ‘당한’ 일을 서로 주고 받은 뒤 공분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에 출입하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가 여기 저기서 볼거지자 김기자는 지난 16일 지로용지를 이용하거나 직접 해당 백화점들을 찾아가 자신이 ‘부당하게’ 챙긴 물건들에 대한 비용을 전부 지불했다. 그러나 빗나간 처신을 바로잡기에는 너무 때늦은 것이었다.

KBS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상조사가 끝나는대로 이 기자에 대한 징계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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