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드라마는 사실로부터 어디까지 자유로울수 있는가. 최근 MBC와 SBS의 정치드라마 <제 4공화국>과 <코리아게이트>에 대한 사실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드라마의 경우 사실성에 함몰되기 보다는 역사의 진실을 드라마적으로 드러내 줄 수 있는 작가적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전두환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변호사와 허화평의원등 5공인사들이 이들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법적제소를 공언하고 <월간조선>을 비롯한 각 언론이 두 드라마의 사실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프레스센타에서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연숙) 주최로 열린 ‘정치드라마의 현실과 미래’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토론에 나선 박명규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정치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기입장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때로는 역사소설이 역사연구가 사실관계를 분석하는 일에 함몰 돼 보여줄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정치드라마가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드라마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역사를 해석해서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은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또 “기록이란 기득권자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기록만을 가지고 역사를 재구성 할 경우 오히려 기득권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또 <제 4공화국>이나 <코리아게이트>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오히려 좀더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지 못하고 기록으로 남은 것을 동적화면으로 재구성하는 평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교수는 이밖에도 두 드라마가 “결론부분에 해당하는 유신의 종말과 신군부의 집권과정을 지나치게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정작 제 4공화국의 역사나 코리아게이트 사건을 다룰 때는 맥빠진 평면적 구성을 보여줄 우려가 다분하다”고 말하고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개인의 자율성을 부각해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역사를 좌우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도 두 드라마가 갖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효성 교수(성대 신방과)도 “드라마든 다큐멘타리든 모든 사실을 완전히 파헤칠 수는 없다”고 말하고 “문제는 개개의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역사적인 큰 흐름을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세중 교수(연세대 국제관계학과)는 “두 드라마가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을 대사로 묘사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허구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정시점에서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의 시각을 가지고 공영방송이 일방적 시각을 전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기태교수(동아방송전문대)는 “두 드라마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평가의 장으로 불러냈다는 점과 드라마의 소재영역을 넓여놓았다”고 평가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정치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아 새로운 창조를 해야하는 장르로 다큐멘타리로 해야 할 역사에 대한 분석과 평가 작업을 드라마로 하고 있다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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