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씨가 대통령 권좌를 향해 줄달음치던 80년 8월 초부터 한달여 동안 언론은 그를 ‘위대한 영도자’로 부각하는데 경쟁적으로 앞장섰다.

우리언론은 기획특집 기사, 사설, 연재물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씨와 신군부를 미화하고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8월 초에 신군부에 의해 이뤄진 언론인 대학살은 바로 이같은 언론 동원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사전정비작업이기도 했다.

서슬푸른 신군부의 위압에 눌린 탓이기도 했지만 권력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신군부에 ‘충성 서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규하 전대통령이 하야성명을 발표한 80년 8월 18일을 전후한 시기에 본격화된 ‘전두환 영웅만들기’에 선두에 섰던 신문은 역시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8월 15일 주필이 직접 쓴 <국민이 바라는 새지도자상>이란 제목의 시론을 신호탄으로 <새시대 새기수 국운개척에 앞장-전두환 상위장의 24시>를 18일 게재했다.

서울신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의 사관학교시절부터 대장 전역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새시대를 여는 새지도자-전두환장군>이란 기획물로 구성, 특별취재반까지 편성해 무려 7회에 걸쳐 연재하는 성의를 보였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의 ‘전두환 찬양’ 역시 서울신문에 뒤지는 것이 아니었다. 경향신문은 <새역사 창조의 선도자 전두환 장군> 시리즈를 8월 19일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서릿발같은 결단력 뒤에는 훈훈한 인정 느낄 서민풍이 서려있다”는 등 전씨를 미화하는데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전씨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회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된 28일 부터 <합천에서 청와대까지-전두환대통령 어제와 오늘>이란 제목의 연재물을 △성품 △지휘관시절 △육사시절 △중고시절 등으로 구분해 4회에 걸쳐 연재했다. 전씨를 난국에 처한 국가를 이끌어나갈 불세출의 지도자로 부각시켰다.

한국일보는 <전두환장군 ‘의지의 30년’-육사입교에서 대장전역까지>를 3회에 걸쳐 연재, “그의 통솔력은 기술이 아닌 지극한 정성”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술은 꼭 인화를 위해 마셔라”는 어록을 등장시키기 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8월 23일 <인간 전두환>이란 특집 기사에서 전씨를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와 행동” “이해 관계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 “인맥 찾지않아 주위 사람 많이 몰려”등 낯 뜨거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8월 29일 <새시대의 기수 전두환대통령>라는 전면 인물기사를 통해 “정직.성실…평범속의 비범을 실천”하는 이가 전씨라고 치켜세웠으며 “결정을 내릴 때는 부하 의견 듣고 처리…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김삿갓 노래가 18번”등으로 당시 전씨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는데 앞장섰다.

‘전두환 영웅 만들기’에 방송 역시 위력을 발휘했다. KBS는 8월10일 <미국이 본 한국의 지도자>라는 특집 보도물을 제작해 미국의 정가와 언론, 나아가 미국 교포들의 다수가 전씨의 차기 집권을 지지하고 있는 듯이 보도한 것을 비롯, 전씨가 대장 예편하던 같은달 22일에는 <전두환장군의 이모저모>란 1시간 짜리 특집기획물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이모저모>는 특히 “시대가 영웅을 낳듯 혼돈의 시대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상은 어느날 갑자기 그 모습을 드러냈다…시련과 도전에 맞서 새시대의 지도자로 추앙받는 전두환 장군”등으로 전씨 대통령 만들기에 발벗고 나섰다. MBC도 이와 유사한 특집 기획물들을 편성,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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