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당시 천안함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에 대해 "동물처럼 울부짖고 있다" "격이 높게 슬픔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해 천안함 유족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14일 밤 <뉴스9> 두 번째 리포트 '"울부짖어 격이 높게 슬퍼해야"'에서 조 후보자가 지난 3월 서울경찰청장 시절 전경과 지휘관을 모아놓고 실시한 특강 동영상이 담긴 CD를 입수해 단독보도했다. 이 CD에서 조 후보자는 천안함 유족들을 향해 "절제와 격을 높여 슬픔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KBS는 전했다.

조 후보자는 영상에서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을 승화시킬 줄 아는…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이런 유족들의 슬픔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OO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언론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 13일 방송된 KBS <뉴스9>  
 
경찰이 비판을 받아온 이유에 대해 조 후보자는 "왜 우리 경찰이 미국 경찰보다 한참 못한 것처럼 욕들어 먹어야 하느냐"며 "언론과 정치인, 판사의 잘못된 판결과 결정 등과 함께 국민의 정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천안함 유족들이 격조 있게 이어갔으면 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KBS가 전했다.

이밖에도 KBS는 조 후보자가 경찰청 경비국장 재직당서 현금 1억7000만원 부조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는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치르지도 못한채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사게 됐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당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무엇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뭣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이 됐는데"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당시 특검이 도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특검 이야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특검 이야기가 나와서 특검 하려고 하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그거 해봐야 그게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주장했다.

현재 각종 누리꾼과 시민, 정치인, 학자들까지 조 후보자를 맹렬히 규탄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은 조 후보자의 발언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민형사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15일에는 긴급기자회견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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