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들은 무척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5·18 특별법 제정에 대한 온국민의 요구를 정부 여당이 받아들일 때만 해도 이제야말로 잘못된 과거가 바로 잡히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너나 할 것없이 두손들고 환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공소시효가 어떻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고, 개헌이 어떻고, 검찰의 재수사가 어떻고 하면서부터는 도대체 영문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들었던 두손을 그냥 내리기도 계속 들고있기도 뭐해 엉거주춤한 형상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물론 충분한 준비없이 특별법을 수용한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혼란을 정리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 나가지 못한 우리 언론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게 민실위의 판단이다.

하나의 단적인 예가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다. 특별검사제는 5·18 특별법 제정 요구와 함께 처음부터 제기됐던 사안이고 지금도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공소권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던 검찰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재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특검제 도입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특검제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문화일보>와 <한계레신문>만이 각각 ‘특검제 논의와 법리’ ‘특별검사제 도입하라’는 사설을 통해 국민 절대다수의 기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을 내세워 “올바른 과거청산을 통해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특검제 도입이 한 방안”이라고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특검제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적 여망’이나 ‘개전의 정이 없음’을 이유로 든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한국)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특검제 도입으로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가능성”(중앙)이 있다는 점도 보고 있다.

그런 언론이 특검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만을 평면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무책임하다. 그런 무책임이 국민들의 혼란을 더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법 제정도 전에 미리부터 사법처리의 수위가 거론되고 ‘처벌대상을 최소화한다’는 여권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대부분의 언론은 정치권이 특별법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그래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는 “모두가 필요에 따라 이렇게도 했다가 저렇게도 했다가 하면서 나라를 ‘정치적 내란상태’의 벼랑 끝까지 몰아가고 있다”며 “도무지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으니 누가 깨지든 마음대로들 실컷 해보라”(조선 사설)고 내뱉는다.

그러나 이러한 독설과 대안없는 무차별적인 비난은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는 아니라는 게 민실위의 생각이다. 그러한 태도는 사태를 올바로 가닥잡는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최근의 상황을 “대란이라도 난 것같은 모습”이라며 “북한이 얼마나 좋아할까”를 상기시키고 “지금은 진실로 위험한 때”(조선)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나라의 발전에 불가피한 진통의 폐해를 과장할 생각은 없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다 진일보한 시대로 나가기 위한’ 걸음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잖아도 이 신문은 정부가 특별법을 수용하던 날 “소급입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기득권 세력 또는 군, 보수세력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5·6공세력, 기성세력의 벽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민실위도 특별법이 결코 정략적인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서 ‘잘못된 과거의 철저한 단죄’라는 국민 여망에 맞도록 그 방향과 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건 정치권의 몫이기 이전에 언론의 몫이기도 하다. 언론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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