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18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 특별법이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동시에 다시는 5·18과 같은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전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처벌되고 누가 남아야 하는가.

한 시대를 마무리짓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서 5·18에 관한한 누구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5·18은 전두환씨를 비롯한 소수의 정치군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10·26 이후 열화와 같이 타오르는 전국민의 민주화 열기를 제대로 수렴해내지 못한 정치인들, 재야와 학생 노동자, 농민 등 민주세력의 민주화운동을 경제적 위기론으로 억누르려 했던 재벌 및 기업가들, 반공논리 및 국가안보논리에 매몰돼 진정한 국가안보를 지키지 못했던 고급 군인과 관료들, 정부의 여론조작에 말려들어 광주의 민주정신을 사수하지 못한 전국민 모두 5·18의 당사자라 아니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치군인과 야합해 전두환씨 대통령 만들기에 협조한 언론인들은 정치군인 못지않은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언론은 5·18에 대한 제2의 책임자다. 80년 5월 광주에서 단지 민주주의를 외쳤다는 이유로 선량한 시민들이 죽어갈때 언론은 어떻게 그들을 호도했던가. 언론은 민주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였고, 정당한 민주시위를 폭력으로 매도했다.

더 나아가 언론은 12·12 쿠데타를 통해 기반을 다졌고 시민들의 숭고한 피 위에 정권을 잡은 전두환 집단의 망동을 ‘사회를 위기에서 구한 피치못한 의거’라고 칭송해 마지 않았다.

정부가 5·18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나서자 그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을 추켜세우며 전두환씨를 비롯한 정치군인들 죽이기에 앞장서고 나섰다.

언론인들에게 묻는다. 어느 것이 역사의 진실인가. 만일 차기에 5, 6공 세력들이 결집해 정권을 잡는다면 언론은 또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다음에는 언론인들 차례다. 언론인도 숙정돼야 한다. 정의감에 기반해 진실의 등불을 밝히고 사회의 창조적 여론을 선도할 막중한 임무를 저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금전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을 배반한 언론인은 현장에서 떠나야 한다.

언론계 정화는 불행한 과거청산의 마지막 작업이다. 언론계 숙정없이 결코 완전한 과거청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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