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인사들이 장악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 사학재단 복귀의 길을 열었다. 상지대 문제와 관련한 9일 사분위 결정은 특정 대학의 개별 사안으로 보기 어려운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문제의 방향에 따라 '교육 부패'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물러났던 세력들이 다시 학교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분위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쪽 인사들의 상지대 정이사 입성의 길을 터줬다.
정이사 8명 중 절반인 4명은 옛 재단(김문기 전 이사장 쪽)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했다. 2명은 현재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천한 인사로 선임했고, 임시이사를 1명 파견하기로 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 아들, 상지대 정이사 선임돼
▲ 지난달 26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후문앞에서 상지대 교수와 학생 50여명이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김문기 이사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입시 부정 등 각종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며 상지대를 떠났던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은 17년 만에 학교를 다시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9일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를 위해 사분위와 교과부가 들러리를 서준 것이며, 상지학원의 정상화는커녕 학교를 부패와 농단, 보복의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최악의 결과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발생하는 상지대학의 모든 갈등과 대립은 그 원인 제공이 교과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비리 대명사인 상지대까지 부패재단 복귀가 허용되는 의미는 전국의 부패재단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결과라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상지대 복귀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성공하게 된 셈이다.
사학비리 대명사도 복귀하는데, 다른 비리사학들도…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9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상지대 구재단측(김문기)이 추천한 인사 4명을 정이사로 선임키로 확정했다. 이에 반발하며 청사 후문 2차선 도로를 20여분 막아선 상지대 교수, 학생들중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학생 3인이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9일 오후 상지대 학생들은 서울 광화문 도로 점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삭발과 단식, 대국민 호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지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패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따라 다시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인사들이 장악한 그곳의 결정은 사학분쟁조정이 아닌 사학분쟁조장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 문제에 관대한 이명박 정부, 그 후폭풍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9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상지대 구재단측(김문기)이 추천한 인사 4명을 정이사로 선임키로 확정했다. 이에 상지대 교수, 학생50여명은 청사 후문 앞 2차선 도로를 막아서고 20여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은 9일 성명에서 "정부는 교육비리 척결을 누차 공언했던 것과 달리 '교육비리의 온상'인 상지대 구재단 복귀를 방조함으로써 사학의 투명성을 거꾸로 돌린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상지대긴급행동은 "사학을 개인의 소유물로 환원시키고 다시 부패와 비리의 굴레로 몰아넣은 반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사분위 위원들과 이를 방조한 교과부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