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청와대가 돌연 통합방송법안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토록 긴급 지시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통합방송법안에 대한 반발이 예상외로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사 노조와 야당의 반발은 물론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반대움직임등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무리한 강행처리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두환 전대통령 구속등 가파르게 전개되고 ‘5·18 정국’에서 방송법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대립이나 방송노조를 비롯한 언론계와의 힘겨루기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갑작스런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 여당의 통합방송법안 강행 처리방침에 대응해 방송사 노조들이 일제히 파업찬반 투표에 들어가기로 한 5일을 하루 앞둔 4일 저녁 ‘긴급하게’ 강행처리 방침을 철회토록 지시한데서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국회 문체공위는 4일 방송법안 검토 심위소위를 구성, 여야 협의를 거쳐 7일 전체 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었다. 그럼에도 향후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정부 여당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 뻔한 강행처리 철회방침을 서둘러 밝히게 된 것은 5일 방송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 돌입 시점등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중 강행 처리라는 당초 정부의 완강한 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읽혀지기 시작은 것은 지난 11월 말경부터이다. 방송사 직접조사권 조항을 기습 삽입했다가 문제가 되자 오인환 공보처 장관이 이를 즉각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터 정부의 강행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성방송 실시에 따른 방송환경의 정비라는 법 제정 취지와는 달리 총선등을 앞두고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통제강화 기도라는 비판적 여론에 직면, 달리 해명하기 곤란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유세준공보처 차관이 지난 2일 방송법 개정 문제를 다룬 KBS 심야토론에 참석, “가능한한 여햐 합의로 처리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만 ‘태도변화’로 받아 들여졌다.

이와 함께 민자당 의원들조차 정부 여당안 강행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청와대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송노조및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 까지 강행처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문에 대해 민자당 의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의 통합방송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위성방송에 대한 재벌과 언론사의 참여 문제와 관련,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크게 악화된 재벌에 대한 여론도 상당한 변수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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