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개정과 관련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쟁점법안에 대한 비교 평가 작업을 하고 있는 국회 사무처의 법제예산실이 야당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사무처는 특히 논란이 돼 온 방송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승인 등 ‘행정행위’가 정부조직법상 가능한 것이라며 정부의 인허가권 독점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와 주목된다.

국회 사무처 산하 법제예산실(실장 고명윤) 김은기 박사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법제현안> 22호에서 양측의 법안을 비교 검토한 뒤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법제현안>은 여야간의 쟁점이 되는 입법안들을 비교 검토한 뒤 이를 평가한 내용을 공표하는 국회 사무처의 간행물이다. 이번 평가와 같이 야당의 법안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평가서를 통해 김박사는 “현재 제안돼 있는 야당안과 정부안이 방송의 정의, 사업자 구도, 허가기관 등에서 구조적으로 차이가 나 양측안의 취사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박사는 이와함께 야당안이 △방송의 정의에 대한 포괄적 규정 △ 모든 방송사업자가 포함된 점 △독립된 방송위원회에 많은 권한을 부여, 방송의 독립성을 강하게 보장한점 등을 들어 정부안에 비해 훨씬 개혁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안에 대해선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공보처와 정보통신부가 마찰을 빚은 결과들이 법안의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특히 정부안이 “현행 규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에 미흡했다”고 밝혔다.

김박사는 이와함께 방송위가 방송사업자 인허가 등 ‘행정행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정부측에 대해 정부조직법 상의 예외조항(제4조 2항)을 들어 이를 ‘억지논리’라고 일축했다. 이 조항은 ‘행정기관에는 그 소관사무의 일부를 독립하여 수행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행정위원회 등 합의제 행정기관을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따라서 방송위원회의 행정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또 방송의 정의가 보다 넓게 규정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런측면에서 “야당안의 방송정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여야간 핵심 쟁점중의 하나인 방송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권한강화에 대해서도 “방송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의 구현을 위해 구체적으로 통합방송법에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방송기관 내부의 민주화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야당의 입장을 옹호했다.

김박사는 이밖에도 대기업과 신문·통신사의 방송참여와 관련해선 “거대자본의 영향력과 방송의 영향력이 결합함으로써 민주적 여론형성이 왜곡되거나 신문과 방송이 결합함으로써 여론형성 수단을 지배하게 되는 현상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참여불가를 명시한 야당안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대외경쟁력이 문제가 된다면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피 할 것이나 중소기업들 간의 컨소시엄 구성등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관련하여 “방송기관 내부의 민주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김박사는 “방송사업자와 방송종사자 간의 편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야당안이 보다 바람직 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내용의 <법제현안>은 국회 문공위 위원들에게 전달됐으며 위원들은 방송법 협상과정에서 이를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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