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의 프로그램 평가 잣대가 흔들리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KBS, MBC, SBS등 방송 3사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 주시청시간대에 집중적인 오락프로그램을 편성하는등 편성의 다양성을 기하지 못했다고 질책성 ‘권고안’을 내놓은지 10여일만에 ‘권고안’과는 정반대의 ‘방송3사 가을철 개편 이후 프로그램 내용 분석 결과’(이하 분석)를 발표, 방송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8일 방송3사가 가을철 개편과 함께 선보인 프로그램에 대해 개편후 2주동안 집중분석한 결과 주시청층을 분화하고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방송위원회의 이런 분석은 지난 11월 말 내놓은 ‘TV 편성에 대한 일반권고’(이하 권고)를 통해 방송 3사의 가을철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과는 상반된 것이다.

방송위는 ‘분석’에서 KBS의 경우 주시청층을 분화한 현상이 눈에 띄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신설됐다는 것을 특징으로 들었다. 방송위는 KBS 1TV에 신설된 5개의 프로그램이 대체로 무난하며 <세상은 넓다>와 <역사추리>는 새로운 시도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또 KBS 2TV의 경우에도 내용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분석했다.

18개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4개 채널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MBC에 대해서 방송위원회는 교양이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이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두드러진 차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SBS에 대해서는 신설한 7개 프로그램중 5개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4개 채널가운데 새로운 시도가 가장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방송위는 서울방송의 신설 프로그램이 대부분 시청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며 진행상 다소 무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석’이 주시청층 분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1주일 전에 내놓은 ‘권고’에서 주시청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고 소수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소외한 점을 들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분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권고’의 분석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방송위는 신설 프로그램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도 덧붙여 놓았는데 대부분 프로그램의 의의에 대해 주석을 다는 수준의 평가를 내놓아 방송위의 평가인지, 방송사의 개편 홍보문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방송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분석’은 새로운 유형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포맷의 정착 가능성도 타진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도라는 점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높게 평가했는가 하면 기존의 프로그램에 대해 약간의 변형을 가한 프로그램을 마치 새로운 포맷인양 분석하기도 했다. 반대로 기존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형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그 프로그램이 갖는 긍정적인 의미만을 부각시켜 객관적인 평가와는 동떨어진 ‘칭찬 일변도’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예를들어 KBS 1TV <역사추리>의 경우 개편전에 방송된 <역사의 라이벌>에서 형식을 탈피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상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아직은 구성도 엉성하는 것을 제작진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은 <역사추리>가 새로운 포맷을 도입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평을 내렸다.

또 MBC <추성춘 포커스>와 같은 토론 프로그램 평가에 있어서도 토론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제쳐둔 채 토론분위기등 프로그램의 본질과는 다른 형식에 대한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SBS 신설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에서는 전체적으로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한 새로운 포맷이 돋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서도 개별적인 프로그램 분석에 있어서는 “구성이 떨어지고 의도된 강제성을 보인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 앞뒤가 맞지 않는 분석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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