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시작과 함께 우후죽순 처럼 늘어난 프로덕션의 수는 이미 1백개를 상회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상파 방송을 탈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지상파 방송이 그리 큰 고객은 아니다. 또 수익성도 높지 않다. 다만 프로덕션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뿐 만 아니라 제작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되기 때문에 제한적인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지상파 방송에 진출하려 한다.

작년에 설립된 한맥유니온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덕션이다. 한맥유니온은 현재 1백여개의 프로덕션 중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는 프로덕션으로 알려져 있다. 올 한국방송대상 외주제작부분을 수상했던 <체험 세계의 오지>를 비롯해서 <세계의 가정>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들>등 50여편을 SBS에 납품했다.

한맥유니온이 이처럼 창사 초기부터 프로그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경험이 있는 제작인력을 확보하고 선제작등으로 방송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방송사에 막대한 물량을 협찬하거나 아예 협찬을 끌어안고 프로그램을 수주하는 방식을 동원한 덕도 크다. 한맥유니온의 모기업인 한보그룹은 올 한해에만 70억원정도를 방송사에 협찬했으며 한맥유니온은 기업과 방송사를 연결하는 협찬대행업까지 겸하고 있다.

독립 프로덕션인 인디컴은 기획력으로 승부를 본 경우.

1992년 <베트남전쟁 그후 17년>을 KBS 1TV를 통해 방영하며 프로그램 제작사업에 뛰어든 인디컴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전형적인 프로덕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타리 전문 프로덕션인 인디컴은 사전제작의 원칙이라든지 프로그램 제작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액을 유지하고 제작능력 이상의 프로그램을 맡지 않는 등, 나름대로 정해놓은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한다는 전략으로 밀고왔다. 현재 인디컴의 전략은 일정정도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문제는 인디컴도 현재의 프로그램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그만큼 독립 프로덕션이 존립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현황인 셈이다.

케이블 TV 출범과 함께 시작한 A사는 군소자본으로 방송을 시작한 경우. 인디컴에 비해 자본면에서는 오히려 낫지만 문제는 제작능력이다. 방송 아카데미등에서 교육받은 2, 3년차 제작인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자연 지상파 방송을 노크하기보다는 케이블 TV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덤핑이 대부분이다. 케이블 TV 프로그램 공급업자의 영세성이 프로덕션의 영세성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제작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리랜서인 작가에게 촬영이나 편집을 맡기는 등 정상적인 프로그램 제작형태조차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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