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7일 한겨레가 입수한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방부는 심지어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 외교적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천안함이 기뢰에 부딪혀 폭발했을 가능성은 없다"면서 "피격된 원점 부근에서 북한이 제작·사용하는 CHT-02D 어뢰의 추진 동력장치 일부가 발견되고 천안함 선체와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백색 흡착물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동일 성분으로 확인된 걸로 봐서 천안함 침몰에 이 어뢰가 사용됐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첫째, 훼손된 스크류가 광택이 나도록 깎였다는 주장과 관련

국방부는 "스크류 날개 면의 부착생물이 씻겨 나간 현상은 스크류가 급속히 정지하면서 발생한 관성력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만약 외부와의 접촉으로 떨어져 나갔다면 스크류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 방향을 따라 긁힘 현상이 있어야 하나 그런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좌현 스크류 날개의 선저 부착 생물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어 훼손된 스크류가 광택이 나도록 깎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둘째, CCTV가 정지된 시간이 합조단이 발표된 사고 시각보다 4분 이상 앞선다는 주장과 관련

CCTV 영상의 촬영 시각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CCTV 영상의 마지막 촬영시각이라고 보도한 21시17분03초는 천안함 11개 카메라 가운데 복원된 6개 가운데 가스터빈실 후부에 녹화된 시각"이라면서 "카메라 설치시점에 시간을 입력한 이후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녹화된 영상의 화면에 표시된 시각은 실제 시각과 오차가 있고 따라서 이는 정확한 폭발시각을 추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11개 카메라 가운데 6개의 영상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이들 카메라의 설정 시각은 실제보다 최소 3분55초 이상 늦게 설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이를테면 후타실에 설치된 카메라에 21시09분24초에서 21시10분31초 사이에 화면에 등장한 생존자 ○○○ 병장은 21시15분께 후타실을 떠났다고 진술한 걸로 봐서 기록시각과 실제 시각에 4분 가까이 오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또 "천안함의 카메라는 녹화된 영상을 1분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게 돼 있어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21시22분께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합동조사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폭발시각, 21시21분58초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셋째, 사고 시각 이전에 부상병 발생을 알리는 전화통화가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

국방부는 또 러시아 조사단이 21시12분03초에 승조원의 부상 사실을 통보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일상적인 통화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넷째, 어뢰 추진체가 수중에 6개월 이상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

어뢰 추진체가 수중에서 6개월 이상 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금속재료 전문가가 육안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어뢰 추진체의 철제부분 부식정도는 1~2개월 정도이고, 이는 천안함 선체의 철제부분 부식정도와 유사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또 "해저로부터 수거한 당일에 촬영한 어뢰 추진동력장치의 사진을 보면 해저의 낮은 온도(3℃ 이하), 깊은 수심(47m)으로 인해 부식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섯째, 스크류 추진축에 기뢰가 감겨 올라와 폭발했을 가능성과 관련

"천안함이 사고 전 우측 스크류와 추진축에 어망이 감긴 채 해저 면에 접촉함에 따라 스크류 날개에 손상을 입어 항행속도 및 운항성능에 제약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KNTDS상의 천안함 기동항적과 인근해역의 해양환경을 비교해 보면, 천안함의 스크류와 추진축이 해저면과 접촉할 만한 저수심이나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스크류가 해저면과 접촉하여 손상을 입었다면 비슷한 위치에 있는 방향타도 손상을 입었어야 하나, 방향타는 전혀 손상 없이 온전한 형태였고 침몰 직전까지 KNTDS상의 천안함 기동상태는 정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또 "천안함의 경비작전구역 내에는 기뢰 존재 가능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설령설사 기뢰가 선체에 접촉하여 폭발하였더라면 기뢰 연결선이 스크류에 걸려 끌려올라와 스크류가 위치한 함정 후미부분이 폭발돼야 하나 천안함은 추진축 앞 쪽인 선체중앙에서 발생한 수중폭발로 가스터빈실이 유실되고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했다"고 반박했다. 1997년에 북한군의 백령도 상륙을 막기 위해 설치한 기뢰는 대부분 철거됐거나 기폭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 해명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다.

첫째, 깨지고 오그라든 스크류에 대한 납득이 갈만한 설명이 없고 둘째, CCTV의 기록 시간이 왜 잘못 설정돼 있는지도 의문이다. 셋째,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관련한 국방부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러시아 조사단에 왜 잘못된 정보가 건너갔는지 해명이 필요하다. 넷째, 어뢰 추진체가 수중에 몇 개월이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육안 감식결과 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섯째, 해군이 수거하지 않은 기폭 장치가 살아있는 어뢰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가 결정적 근거라고 주장하는 어뢰 추진체는 과학적 논란의 대상이 돼 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들은 적도 없고 받은 것도 없다”며 “7월 초까지 추가 자료를 제공하고 협의는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조사단 보고문서를 통보 받은 바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한겨레 이용인 기자는 "이 보고서는 러시아에서 미국 또는 중국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믿을 수 있는 취재원을 통해 번역본 원본을 확보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 이 보고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비공식적인 경로로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정조사를 통해 2년이든 3년이든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내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러시아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는 외교부와 국방부의 해명은 그 자체로 사실과 다르지는 않지만, 뒤집어 보면 외교적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면서 "정부는 러시아 조사결과 요약본을 현지 공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받았으면서도 마치 이런 보고서가 없는 것처럼 사실 관계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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