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가시화될 영상시장 개방문제는 방송사 프로그램 공급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게 관련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학계, 프로그램 제작사인 독립 프로덕션측은 물론, 방송사와 정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93년말 세계무역기구(WTO)는 ‘통신서비스’ 분야를 미타결 사항으로 남겨둔 채 출범했다. 이 통신서비스 분야에는 영상시장, 방송시장, 극장 등이 포함된다.

한국방송개발원 황 근 박사는 “방송분야에 대한 협상이 당사국간의 협상형태인 쌍무협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하고 “특히 시장 개방압력이 거셀 미국은 이미 자국의 방송관련법을 정비하고 우리방송시장의 문을 거세게 두드릴 단계에 와있다”고 설명했다. 황박사는 당장 내년이면 한미간에 쌍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구조가 정착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송시장 개방은 허약한 체질의 우리나라 독립프로덕션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프로덕션 업계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한보그룹 계열 프로덕션 한맥유니온 기획실의 양정철 차장은 “기존의 방송사들이 밀려오는 개방파도를 자체의 힘만으론 결코 넘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을 할 수 있는 프로덕션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밝힌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강자’의 위치에 서 있는 방송사들이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독립 프로덕션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최충웅 편성실장은 “외주제작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는 추세”라며 지금으로선 큰 변화 없이도 프로덕션의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CATV와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분야가 활성화 되면 자연스럽게 방송사와 프로덕션과의 관계도 ‘상호의존적 체제’로 자리잡아갈 것이라는 게 최실장의 분석이다.

방송시장 개방에 대비해 공보처도 나름대로 단계적인 지원책을 준비중이다. 방송지원과 김기홍 사무관은 “방송사의 외주 프로그램 방송 비율을 점차 늘여갈 계획”이라고 말하고 “금융, 세제상의 지원을 통해 독립프로덕션을 활성화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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