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최저생계비 1일 체험에 다녀온 뒤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을 살았다"고 밝혀 논란이다. 차 의원은 지난 23일과 24일 참여연대에서 실시하는 최저 생계비로 한달 나기 릴레이 체험에 나선 결과를 26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체험 수기는 차 의원의 홈페이지에도 올라있다.

차 의원에게 주어진 돈은 최저생계비 1일분인 6300원. 차 의원은 이 돈으로 800원어치 쌀 한 컵과 970원짜리 쌀국수 한 봉지, 970원짜리 미트볼 한 봉지, 970원짜리 참치캔 1개 등을 샀다. 모두 더해 3710원, 차 의원은 "이 정도면 세끼 식사용으로 충분하다"면서 "점심과 저녁은 밥에다 미트볼과 참치캔을 얹어서 먹었고 아침식사는 쌀국수로 가뿐하게 때웠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황도 970원짜리 한 캔을 사서 밤에 책 읽으면서 음미했고 물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수돗물을 한 양재기 받아서 끓여 놓았다"면서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다"고 평가했다.

차 의원이 소개한 선배 경험자의 가계부는 다음과 같다.

"한 컵에 800원 하는 쌀 두 컵에 1600원, 김치 한 보시기 2천원, 참치 캔 한 개 2천원, 생수 한 병에 500원, 이렇게 해서 모두 6100원이 들었답니다. 받은 돈 전부를 착실히 먹거리에 썼군요. 쌀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걸 샀고 부식은 근처 구멍가게에서 샀답니다."

차 의원은 "(나는) 먹거리로 쓴 돈 4680원을 빼니까 1620원이 남았다"면서 "그 가운데 1천원은 사회에 기부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체험 내용 중에 쪽방촌 사람들을 돕는 일정이 있는데 그때 만난 분에게 약을 사드렸다는 이야기다. 차 의원은 "하루밤을 잘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주변을 산책했고 돌아오면서 조간신문 1부를 600원에 샀다"면서 "문화생활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차 의원은 그러고도 20원이 남았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나는 왜 단돈 6300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사회기부도 하고 문화생활까지 즐겼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물가에 대한 좋은 정보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문자답했다. 차 의원은 "최저생계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 저처럼 될 수 있을까" 반문하면서도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고요"라고 덧붙였다.

 

   
  ▲ 최저생계비 1일 체험을 하고 돌아온 차명진 의원은 쌀 한 컵을 김치 한 쪼가리도 없이 두끼에 걸쳐 나눠먹었으면서도 황제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차명진 홈페이지.  
 
하루 6300원으로도 물가에 대한 정보와 건강만 있다면 황제처럼 살 수 있다는 차 의원의 주장은 최저생계비의 본질을 왜곡하는 발언이다. 차 의원은 1박2일만 버티면 그만이지만 날마다 최저생계비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은 쌀 한 컵에 즉석 냉동식품으로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개발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정부 여당의 의원이 국가재정에 한계가 있어 최저생계비를 늘릴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차 의원에 앞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돌아온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체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루나 한 끼는 형편없는 찬이나 라면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그러다가는 건강에 지장이 올 것이다. 가난이 질병으로 이어지면 일을 할 수도 없다.… 밥이 잘 지어져 김치 한 조각 김 한 조각을 아껴가며 먹는다. 예전엔 소금, 간장으로 맨밥을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가난이 절망도 아니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 쪽방촌 이웃들에게 가난은 구조적인 사슬이 되어 있다. 밥을 먹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찬을 들여다보니 김도 김치도 한 공기를 끝까지 먹기에 부족하다. 밥이 남으면 김치 국물로 먹어야지 하고 김 조각, 김치 조각 나머지를 다 비웠다."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남은 반찬을 아껴가며 밥을 먹어야 했던 추 의원은 과연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건강하지 않아서 황제 같은 식사를 즐기지 못했던 것일까.

차 의원의 기사가 올라온 뒤 트위터에서는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최저생계비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 왠지 서럽고 눈물날 거 같다"는 감상도 있었지만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서 뭘 먹었는지 궁금하다"는 냉소적인 반응과 "국회의원 그만두고 평생 황제처럼 살라"는 원색적인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올해 책정한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는 50만4344원, 2인 가구는 85만8747원, 3인 가구는 111만919원, 4인 가구는 136만3091원이다. 최저생계비에는 주거비와 가구집기비, 식료품비, 의료비, 교육비, 교통통신비, 교양오락비, 심지어 경조사비, 종교헌금,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의 차이만큼 급여를 지급한다.

최저생계비는 한창 커나갈 어린이의 점퍼 내구 연한을 6년으로, 여성용 팬티는 3년에 9점, 브래지어는 2년에 2점, 남성 양말은 1년에 4켤레로 잡는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의 80% 이상이 쓰는 휴대전화 요금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교육비는 월 5만5302원 밖에 안 된다. 주거비 역시 논란인데 복지부는 21만2575원을 책정한 반면 빈곤사회연대 조사에서는 임대료와 관리비, 대출이자 등을 포함 59만6634원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번 릴레이 체험에는 현재까지 민주당 주승용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및 일반시민들이 참여했고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탤런트 맹봉학 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래는 차 의원의 체험 수기 전문.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최저생계비로 하루나기 체험에 다녀왔습니다. 식사비 6,300원을 받고 쪽방에서 1박2일을 살아보는 겁니다. 저보다 앞서서 몇 분이 다녀갔지만 한나라당 의원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선배 경험자의 가계부를 조사했습니다.
한 컵에 800원 하는 쌀 두 컵에 1,600원, 김치 한 보시기 2,000원, 참치 캔 한 개 2,000원, 생수 한 병에 500원, 이렇게 해서 모두 6,100원이 들었답니다. 받은 돈 전부를 착실히 먹거리에 썼군요. 쌀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걸 샀고 부식은 근처 구멍가게에서 샀답니다.

전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제가 굶어죽을까 염려한 집사람이 인터넷에서 조사한 자료를 참조했습니다. 쌀은 800원어치 한 컵만 샀습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세일하는 쌀국수 1봉지 970원, 미트볼 한 봉지 970원, 참치캔 1개 970원에 샀습니다. 전부 합해 3,710원. 이정도면 세끼 식사용으로 충분합니다. 점심과 저녁은 밥에다 미트볼과 참치캔을 얹어서 먹었고 아침식사는 쌀국수로 가뿐하게 때웠지요. 아참! 황도 970원짜리 한 캔을 사서 밤에 책 읽으면서 음미했습니다. 물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수돗물을 한 양재기 받아서 끓여 놓았지요.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지요.

나머지 돈으로 뭐 했냐구요? 반납하지 않고 정말 의미있게 썼습니다.

먹거리로 쓴 돈 4,680원을 빼니까 1,620원이 남더군요.

그중에서 1,000원은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체험 내용 중에 쪽방촌 사람들 도우는 일이 있는데 제가 만난 사람은 1급 시각장애자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1평짜리 골방에 박혀 매일 술로 지새웠습니다. 그 분을 부축하고 동사무소에 도움을 신청하러 가는데 인사불성에 속이 불편한 지 계속 꺼억댔습니다. 약방에 가서 제 돈 1,000원을 내고 속 푸는 약을 사드렸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걸레를 물에 빨아 방 청소를 해드렸는데 이불을 들자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혼비백산 달아나더군요. 바퀴벌레 알도 쓸어내고 청소를 마친 다음에 젖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드렸습니다. 기분 좋은 지 살짝 웃더군요.

하루밤을 잘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조간신문 1부를 600원에 샀습니다. 문화생활을 한 셈이죠. 마지막으로 남은 돈은 20원이었습니다.

나는 왜 단돈 6,300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사회기부도 하고 문화생활까지 즐겼을까? 물가에 대한 좋은 정보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생계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 저처럼 될 수 있을까요? 단 하루 체험으로 섣부른 결론 내리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다만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고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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