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쟁점 사안에 대한 즉석 전화여론조사를 도입, 눈길을 끌고 있는 SBS의 ‘핫라인 70분의 선택’이 기획취지와는 달리 조사방법상의 잘못으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여론을 호도할 위험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 리서치(소장 홍형식)는 최근 SBS ‘핫라인 70분의 선택’에서 실시한 즉석 전화여론조사 가운데 시간적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항목들에 대한 검증 조사를 실시, ‘핫라인 70분의 선택’에서 도입하고 있는 즉석 여론조사가 여론조사에서 요구되는 표본 추출의 무작위성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자칫 여론을 호도할 위험이 많다고 지적했다.

‘핫라인 70분의 선택’의 여론조사는 쟁점에 대한 사전 예고방송이 나간 다음 방송이 시작되면 쟁점에 대한 대립되는 입장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내고 토론을 진행시키면서 시청자가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견을 전화번호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길 리서치는 이같은 방식이 여론조사에서 요구되는 무작위 표본(응답자) 추출이라는 기본적인 요건을 무시한 것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길 리서치가 무선표집 방식으로 지난 3, 4일 서울시민 20세 이상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
증 조사 결과는 ‘핫라인’의 조사결과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금 수사이후 정경유착의 관행이 없어질 것인가’는 물음에 ‘계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핫라인 70분의 선택’ 조사에서는 91.8%(90.6%, 괄호안은 가중치 처리 결과)로 나타났던데 비해 한길 리서치 조사에서는 73.3%로 나타났다. ‘서태지 제4집 음반 판매금지 여부’에 대한 물음에서도 ‘판매허용’이란 응답이 ‘핫라인’이
85.9%(85.6%)였던데 반해 한길 리서치 조사에서는 61.7%였다.

‘핫라인’과 한길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크게는 20% 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다.
조사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두발규제에 대해 ‘규제계속’이란 응답은 ‘핫라인’이 39.4% (53.9%)였던데 반해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62.4%로 찬성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 리서치는 이같은 조사결과의 차이가 기본적으로 ‘핫라인’의 표본 설계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결과의 신뢰성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표본 설계에서 무선표집이 이뤄지지 않아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핫라인’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이 SBS 시청자, 그중에서도 예고된 쟁점에 관심있는 사람들로 전화를 걸 여건이 되는 사람들에게 국한되는 점도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역시 조사결과는 과학적 타당성을 위협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쟁점이 되는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이해관계가 큰 사람들이 주로 조사에 참여하게 돼 조사 결과의 대표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여론조사상의 문제점은 서태지 음반 판매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분석했을 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20대서부터 50대까지 75.1%~30.3%로 연령별로 심한 차이를 보인 데 반해 ‘핫라인’ 조사에서는 10대에서 50대까지 80~90%로 균일하게 나타난 데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

이밖에도 프로그램 시청이 미치는 영향도 문제로 지적됐다. ‘핫라인’은 서로 대비되는 의견을 내보내 쟁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시청자들의 균형있는 판단을 유도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균형되지 못할 때 어느 한쪽으로 응답자의 의견이 유도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다.

한길 리서치는 “TV 매체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된 사회적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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