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삶에서 ‘내’가 아닌 ‘이웃’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신문과 방송 역시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그리 관심깊이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특별한 이야기는 미담기사등으로 보도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매년 연말만 다가오면 우리의 언론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 앞다투어 이웃의 어려움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연말 이웃돕기 성금모금’이 바로 그것이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과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돕자는 것이다. 나아가 많은 지면과 시간을 내어 구체적인 금액과 성금을 낸 사람들 이름까지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신문과 방송이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모아진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는데 있다. 각 언론사마다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되는 성금을 모았다는 소식은 발표하는데 정작 그 돈이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쓰여졌는지, 그래서 우리의 어려운 이웃이 어떻게 훈훈한 정을 전해 받았는지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공개’를 하지않아 문제가 되었던 사실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8년도에 있었던 ‘금강산 댐’과 관련한 성금모금의 경우, 수많은 국민이 신문사와 방송사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댐은 허위였고 그 성금의 금액과 사용처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비자금 파문 등 돈과 관련해서 우리국민 모두가 의혹을 갖고 있다. 이러한때 이웃돕기 성금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명확히 공개돼 더욱 많은 독자와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 전반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 불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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