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제26호부터 제29호까지 ‘서울시 휘장의 일제잔재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연속 4회에 걸쳐 게재됐다. 민선자치시대를 맞이해 우리 서울시의 휘장·서체·색채 등 CI(City Identity)를 새로 개발하는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 중앙일보 정운현기자와 KBS 박태서기자 사이의 뜨거운 논의에 우선 반가움, 깊은 경의, 더 무거운 책임감을 차례로 절감하게 됐다.

이 논의를 통해 보여준 두 기자의 깊은 역사인식과 기자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서울시 휘장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찰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휘장을 포함한 서울시 CI 개발에 두 분을 포함, 많은 기자들이 고견을 보내 주기를 기대하면서 본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의 서울시 휘장은 1946년 10월 18일 경성부가 서울시로 변경되면서 새로 제정된 것이다. 당시 일반 현상공모에 약 천명이 응모 심사를 거쳐 제 2대 서울시장인 김형민시장 재임때인 1947년 4월 1일자로 고시됐고, 같은 해 4월 3일자 동아일보에도 보도된 바 있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경영혁신 또는 성공적 경영을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심벌마크를 개발하면서 기업이미지 개선작업 (CIP·Corperate Identity Program)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타나 인천·과천·부천 등 여러 도시도 독자적인 개성·문화·철학 등을 가꾸기 위해서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휘장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자치구의 경우 신설된 2개구와 도봉구를 제외한 22개구에서는 이미 1990년부터 새로운 휘장을 만들어서 지역주민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왔다.

서울시도 시민에게 친근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발전한 시의 위상과 걸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많은 의견이 있었다. 지난 서울 정도 600년 사업에서도 사업의 휘장을 개발하면서 서울시 휘장을 바꾸는데 대해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올 7월 민선자치시대에 들어서 서울은 종래 ‘물질위주의 도시관’에서 ‘인간중심의 도시관’으로 바뀌어졌다. 이에 따라 종래의 소극적·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새로운 서울상을 창출하고 21세기 세계도시로 도약하는 서울시의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그리하여 추진과정상의 어려움을 사전에 파악하고 분야별 역할 분담과 원활한 사업시행을 위한 의견조정 등 3개월여 동안 심도 있는 검토과정을 거쳐서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CI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CI 개발은 시 전체의 이미지를 조직화·통일화하는 작업으로 보통 휘장·서체·색체·슬로건 등이 포함된다. 이 사업은 휘장 등의 변경여부, 사실조사와 고증, 각계 권위자의 의견수렴, 시민 공감대 형성, 여론 수렴, 시민 참여 프로그램등을 거쳐 폭넓고 진지하게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휘장 등을 변경하는 일은 KBS 보도에 의해 즉흥적으로 준비돼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자치시대를 맞아 시민들의 뜻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면서 진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미래의 세계적 도시로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추진하게 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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