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정치권의 윤리의식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해마다 반복되는 데에는 각 당이 물의를 일으킨 의원에 대해 가벼운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제명이나 자진 탈당 등 중징계가 내려지더라도 여론이 수그러들면 슬그머니 복당을 추진하는 등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중앙일보 7월20일자 20면  
 

 

이 외에도 정치권에서의 성희롱 사건은 부지기수다. 지난 2008년 4월 총선 선거운동 기간중에는 정몽준 후보가 자신을 취재하던 MBC 여기자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 해당 기자가 그 자리에서 "지금 성희롱 하신 거냐"라고 따지는 일도 있었다. 2007년 8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맛사지걸은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고 말했다가 대통령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6년 2월에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 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최 의원은 당시 "여종업원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가 더 큰 역풍을 맞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상수 전 인천시장(한나라당)은 최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단지 여기자와 친해지고 싶어 화장실을 갔다온 순간에 어깨에 팔을 두른 것 뿐이지 않았겠냐"며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의 일으켜도 솜방망이 처벌…한나라당 최연희-민주당 우근민 복당 추진하다 여론 뭇매

더 큰 문제는 각 정당이 소속 의원들이 성희롱·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유사 사례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윤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여론 무마에 나서지만 대체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당하더라도 얼마 안 돼 정치적 계산에 따라 복당이 추진되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9년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고 비판여론에 밀려 탈당한 최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다 시민사회 안팎에서 대대적인 반대여론에 부딪혀 복당 추진을 포기했다.

민주당 역시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탈당한 우근민 제주지사의 복당을 추진해 당 안팎에서 비난을 받았다. 우 지사는 지난 2002년 제주지사 시절 집무실에서 여성직능단체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을 더듬는 성추행으로 탈당조치 됐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문제(성희롱)가 8년 전 일이고 그 후 선거를 치렀고 본인이 반성하고 사과를 한 사안이기에 당원 자격을 회복하는 것은 문제 없다"고 말해 현 정치권의 윤리의식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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