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자에 대한 처벌범위를 둘러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공방전은 ‘침묵의 카르텔’이 유난히 두터운 우리 언론계에서 퍽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문사간의 ‘싸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3월 24일 중앙일보가 ‘중앙일보가 가장 읽기 편한 신문’이란 하이텔 게재내용을 인용 보도하자 조선, 동아, 한국이 재벌언론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사설로 신랄하게 공격하는 한편, 중앙의 모기업인 삼성을 집중 공격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방전은 중앙이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반쪽짜리 공방전에 불과했고 신문의 논조에 대한 공방이 아니라 신문의 판매경쟁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번의 동아와 조선의 논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언론계 전반은 물론 해당사의 기자들까지 이 사건을 양사의 공방전으로 보고 있는 데 반해 공방의 당사자들인 양사의 논설위원실은 이런 사실을 한사코 부인했다. 양사의 논설위원실은 “상대사의 사설 논조를 의식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우리의 평소 주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설 공방이 화제로 부각되는 것 자체를 몹시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두 신문사의 논설 내용과 게재 시점을 비교하면 이들의 설명이 ‘사안의 민감함을 의식한 딴소리’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발단이 된 4일자 조선의 사설 <우리의 감회-제안-다짐>은 “우리에게는 되도록 빨리 ‘전·노 쇼크’랄까 ‘5·18특별법 정국’에서 벗어나 평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처벌범위 제한’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아는 6일자 사설 <국론분열 부추기지 말라>에서 “처벌대상을 전, 노씨 두 사람에 국한시키자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며 “아무리 과거 군사정권 시절 그에 협력했거나 혜택을 받은 세력이라고 해도 이제는 과거를 단절 청산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대의 앞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옳다”며 조선일보를 지칭하진 않았으나 조선일보적 주장에는 분명하게 비판적 입장을 보여주었다.

조선은 다음날인 7일자 <‘처벌 최소화’의 참뜻>이란 사설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규명과 단죄, 그리고 역사의 정도를 확립하는 것이지 사람 하나하나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자는데 있지 않다는 뜻이다”고 거듭 ‘처벌범위 제한’을 주장했다.

동아도 바로 이튿날 8일자 사설을 통해 조선의 ‘처벌범위 제한’ 주장에 대해 다시 반박했다. <경색정국 매듭 풀려면> 제하의 사설에서 “두 전직 대통령 국한론, 최소화론, 형확정후 사면론이 쏟아져나와 국민들을 당혹하게 한다”며 5·18문제는 “법대로 소추하고 법대로 재판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 처벌도 법대로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사의 이같은 논전에 대해 다른 일간지의 논설위원들은 한결같이 입장 표명을 유보해 지면을 통한 생산적인 논쟁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 언론 풍토의 실상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두 신문사의 공방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물음에 대해 “양사의 문제에 제3자가 끼어들 입장이 아니다”고 논평을 거절하면서도 “공방의 결과는 뻔하지 않느냐”는 묘한 답변을 해 여운을 남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