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통합방송법 강행 통과 방침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KBS 홍두표 사장이 지난 5일 청와대의 전격 철회 방침이 나온 후 태도를 돌변 “KBS의 대국회 건의와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로 폐기됐다”고 강조하고 나서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홍사장은 정부의 방송법 개정 유보 방침이 전달된 지난 5일 자신의 명의로 사내에 긴급히 부착된 공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어떤 형태로든지 지금과 같은 시국상황에서 방송이 훼손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판단해왔다”면서 발빠르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홍사장은 정부의 철회 발표 하루 전인 4일 사내 공고문을 통해 노조의 방송법 개악 반대를 위한 ‘파업찬반투표’를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로 몰아붙이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홍사장은 또 이날 ‘특보’ 형식으로 발간된 ‘KBS 주보’를 통해 “민주법치 국가에서 어떠한 정책이나 법률에 이견이 있다면 법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며 방송법 개정을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홍사장은 이 특보에서 재벌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가 KBS에 전혀 영향이 없다거나 방송위원회 구성이나 KBS 이사 추천문제도 내용보다는 실제운용이 중요하다며 정부안에 ‘순응’하는 입장을 취했다.

홍사장의 태도가 이렇듯 돌변하자 KBS노조(위원장 전영일)는 6일 성명을 내고 “노골적으로 노조의 방송법 개악 저지투쟁을 방해해 온 홍사장이 이제와서 자신들이 방송법 개악을 저지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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