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방법에 따라 20% 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같은 차이가 일부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사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6일 서울시민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답항이 2개인 2점 척도 조사의 경우 55.5%의 지지율을 기록한데 반해 5점 척도 조사에서는 32.3%에 불과해 23.2% 포인트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점 척도의 답변 항목은 ①아주 잘하고 있다 ②대체로 잘하고 있다 ③보통이다 ④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⑤아주 잘못하고 있다였으며 2점 척도는 ①잘하고 있다 ②잘못하고 있다로 구성됐다.

한길리서치는 이번 여론조사가 척도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원칙을 정립하지 않을 경우 여론왜곡 등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실시됐다고 밝혔다.

척도의 변화에 따른 조사결과의 차이는 김대통령의 지지도에 대해 미디어리서치가 11월25일 2점척도로 조사한 결과가 63.4%인 데 비해 11월26일 한길리서치가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는 43.9%인 데서도 드러났다. 무려 20.5% 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했다. KBS 9시뉴스는 미디어리서치의 조사결과를 11월26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출범 직후 조사한 지지율은 대부분 5점 척도를 사용해도 80∼90%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나 취임 2주년 전후하여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여론기관과 언론사들의 관련 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여론조사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대표는 “2점척도가 5점척도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5점척도의 ‘보통이다’는 의견이 2점척도에서 양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두 척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실제 여론에 근접한 방법인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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