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책임자 처벌 등 역사청산이 핵심적 현안으로 부상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 조선이 사설을 통해 5·18 관련자 처벌 범위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공방전을 벌여 언론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유력 신문의 논쟁은 조선의 4일자 사설 <우리의 감회-제안-다짐>을 통해 “과거에 대한 심판을 전·노씨 두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한 데 대해 동아가 6일자 사설 <국론분열 부추기지 말라>를 통해 “처벌대상을 전, 노씨 두 사람에 국한시키자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며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전·노씨에 대해서만 처벌하자는 것은 ‘군사정권에 협력했거나 혜택을 받은 세력’ ‘쿠데타 가담세력과 그 일부 옹호세력’의 주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직격탄을 퍼부었다. ▶관련기사 3면

조선이 7일자를 통해 <‘처벌 최소화’의 참뜻>을 재차 언급하자 동아는 8일자에서 다시 “법대로 소추하고 법대로 재판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 처벌도 법대로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재반박했다.
이같은 두신문의 사설 논쟁에 대해 양사의 논설위원들은 “상대 신문을 의식해서 쓴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해 ‘공방전’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언론계의 대체적 시각은 “상대방의 논조에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 온 우리 신문의 관행에 비춰볼 때 유력지인 동아 조선의 논쟁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이를 두 신문사간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세계일보도 5일자 사설 <국론분열은 없어야>에서 “진상도 밝혀지기 전에 과거 심판을 전·노씨 두 사람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은 어느 정도의 국민이 이에 동의할 지 의문이다”며 조선일보적 해법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다른 일간지들도 처벌범위를 적시하진 않았지만 대체적 방향은 전, 노씨 이외의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결국 조선만이 ‘처벌 최소화론’을 예각화시켜 주장하게 된 셈이다. 조선의 ‘처벌 최소화론’은 1일자 <마음대로들 해보라> 이후 수차례 계속된 사설을 통해 현 정국을 “5·18처리가 끝났다고 보는 세력과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세력 사이의 대결”로 규정하고 “이 격랑 속에서 국민만 애꿎은 고생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시점이다”고 진단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어 전·노씨에 국한된 처벌이 그들의 일관된 입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우리 언론이 이처럼 핵심 현안에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 것은 드문 경우로 향후 김영삼 정권의 방침과 맞물려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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