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는 이미 우리 언론의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중요성 만큼 뉴미디어 정착에 대한 의견이 활발히 개진되고 있지는 못한 편이다. 또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신문·잡지의 운명에 대해서도 아직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디어 오늘>은 뉴미디어의 정착과 올드미디어의 운명이라는 화두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각 신문사의 뉴미디어 담당자를 초청, 신년특집 좌담을 개최했다.

△일 시 : 12월 22일 오후 7시
△장 소 : 프레스센터 언론노련 사무실
△사 회 : 백승권 기자

△참석자 : 차성진(한겨레신문 뉴미디어국 부장), 김형모(디지틀 조선일보 미디어사업부 부장), 이규창(한국일보 뉴미디어본부 기자), 김태익(동아일보 새매체본부 기자)


△사회 : 각 신문이 운영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뉴미디어 관련 사업들의 현황과 전망부터 먼저 살펴보자.

△김형모 : 조선일보는 올컬러 동화상 전광판, 인터네트, CD 롬 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사실 전망이 쉽지 않다. 데이타베이스 사업은 규모가 커서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발빼기가 어려워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른 구체적 사업구상은 아직 없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이규창 : 한국일보는 1월 16일부터 인터네트에 웹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PC통신 사업도 개편할 계획이다. 올컬러 동화상 전광판에 대해서는 내부 연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네트 서비스에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한다.

△김태익 : 동아일보의 경우 인물 데이타베이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96년쯤 2만∼3만명 정도를 포함하는 인물 데이타베이스를 만들 예정이다. 늦었지만 내년 상반기쯤 인터네트의 웹서비스도 시작하려 한다. 올컬러 동화상 전광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만 주력할 생각은 없고 방송인력쪽을 강화할 생각이다. CD 롬도 간헐적으로 계속 생산하고 있다.

△차성진 : 한겨레는 3월에 뉴미디어팀이 꾸려져서 연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7월부터 <한겨레21>을 인터네트에 서비스하고 있는데 조회건수가 4만정도에 이르고 있다. 96년부턴 <씨네21>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일간지는 비용부담이 커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겨레21> CD 롬 타이틀이 현재 3천5백장 정도 나갔다. 1월초 전광판에 문자뉴스도 공급할 생각이다.

△사회 : 뉴미디어 가운데 대화형 매체인 인터네트는 상당한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 인터네트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규창 :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가공 및 축적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언론사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동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우리에겐 그런 문화가 없다. CD 롬과 게임 시장의 경우 그저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하는 성급한 생각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지 않고 외국 것만 수입한 전례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이 없어진다. CD 롬이나 게임 시장이 시작은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무너져가고 있지 않은가. 언론이 뉴미디어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앞장 서야 한다. 언론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를 다뤄본 경험과 자본이 있다. 언론이 가장 적임자다.

△김태익: 언론사들이 협조적인 관계를 형성해 인터네트의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 동아일보에서 데이타베이스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어느 신문과 논의를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생각한다. 어떤 대책이 있는가.

△김형모 : 쉽지 않은 부분이다. 다양한 정보 소스를 어떻게 수집하고 가공해서 공급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차성진 : 매체를 많이 소유한 언론이 소프트웨어 생산에 상당히 유리할 것 같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력과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이규창 : 언젠가 어느 그룹 총수가 “정보 공급업은 부동산업”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한번 정보를 쌓아두면 상당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보공급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차별성과 창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패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사회 : 인터네트의 광고 전망은.

△김형모 : 현재의 1만∼2만명 수준에서 광고는 의미가 없다. 10만은 넘어가야 광고 수익성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인터네트는 신문이나 방송의 구독수, 시청률 같은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다.

△차성진 :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광고량이 어느 정도라고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일정량일텐데 서로 시장을 깎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신문이라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에 일종의 불합리한 관계가 존재하는데 인터네트 광고시장이 넓어질수록 신문 광고료는 낮아질 수도 있다.

△이규창 : 대화형매체인 인터네트는 대중매체와는 다른 광고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는 불특정 다수가 보지만 대화형매체는 특정부분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조회량을 체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단순하게 수치로 파악되지 않는 효과가 존재하게 된다. 다른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 : 전광판의 경우는.

△김형모 : 처음에 전광판을 광고판으로 인식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주목도 조사를 한 결과 뉴스가 없는 전광판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광고가 40% 뉴스가 60%를 차지, 처음과는 달리 새로운 정보서비스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옥외광고업자들은 자신들의 시장을 뺏어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언론사가 전광판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광판 광고시장이 형성됐다.

△김태익 : 전광판에 대해 시작때와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사람들이 전광판에서 인상을 받는 부분은 광고가 아니라 뉴스였다. 광고로 처음에 시작한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회 : 위성방송사업이 통합방송법의 유보로 연기가 불가피한데.

△김형모 : 허탈한 심정이다.

△사회 : 뉴미디어의 도래가 저널리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성진 : 신문·잡지 등 올드미디어가 사회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것은 그 내용 자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실이다. 뉴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뉴미디어에 대해 정보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사람들이 뉴미디어의 발전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들 입장에선 직업적 정체성이 얼마나 지켜질 지 걱정된다. 지금처럼 신문을 만들면서 느끼는 긍지를 과연 뉴미디어에서 느낄 수 있을지. 또 뉴스와 정보, 뉴스와 광고의 구분이 모호해질 위험성도 있다.

△김형모 : 인터네트에 대해 올드미디어는 변화에 직면해 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누가 정보를 더 빨리 또는 잘 찾는가하는 점이 능력으로 차별화될 것이고 기존 언론이 해오던 여론형성 및 의제설정 기능이나 계몽역할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뉴미디어는 이런 변화부분까지 포괄할 수 있는 형태로 등장할 것이라고 낙관해 본다.

△이규창 : 먼저 뉴미디어 또한 알 권리에 복무해야 한다. 인터네트가 정보의 편중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그런 문제점도 보완해 가면서 발전할 것이다.

△사회 :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올드미디어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리라 보는가.

△차성진 : 올드미디어 가운데 사라진 것이 있는가. 결국 공존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네트는 용지와 배달이 필요없다. 그러나 신문이 살아남는 데는 용지와 배달비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신문을 언제까지 지금같이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을 지가 문제이다.

△김형모 : 앞으로 신문 가격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 또 광고주가 뉴미디어를 두고 올드미디어에 광고를 줄 지도 의문이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상당한 변신이 불가피하다.

△김태익: 뉴와 올드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매체간의 장벽이 허물어져 서로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신문은 끝없는 변신을 해야 한다. 신문은 뉴미디어가 다 포괄하지 못한 부분을 커버할 것이다. 또 뉴와 올드는 서로를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상보적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이규창 : 신문은 휴대하기 편하고 한 눈에 전체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뉴미디어는 보고 싶은 부분을 다량으로 한꺼번에 그리고 신속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뉴미디어가 성공하려면 올드미디어의 장점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가 발전하는데 단절이 있어선 안된다. 이런 점이 없으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요즘 언론사들의 주관심은 젊은 구독자층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 젊은이들이 신문을 잘 보지 않는데다 과거처럼 가판대에 진열해 놓고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강요는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사회 : 뉴미디어의 요금부담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가.

△김형모 : 지금은 신문구독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인터네트에서는 그런 문제없이 상당히 단순해질 것이다.
△이규창 : 정보의 수준에 따라 매겨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언론이 더욱 전문화하려는 노력들을 보일 것이다.

△사회 : 본격적인 뉴미디어의 환경이 조성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매체간 통합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가.

△김형모: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이규창: M & A가 정착돼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정서적으로도 거부감이 많다. 그러나 매체간 제휴는 활발할 것 같다. 지금 조선일보와 YTN, 한국일보와 MBC가 제휴하는 경우가 그렇다. 더 나아가 중앙지와 지방지와의 제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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