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사안의 하나가 천안함 승무원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사고 발생 3개월이 지난 현재 사망 군인 46명과 생존 장병 56명에 대한 정부의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거리가 멀다. 사망 군인 전원에게는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되는 등 영웅으로 추대되었지만 생존 장병들은 대중과 차단된 채 ‘격리’ 또는 ‘차단상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원인이 오리무중일 때 화랑무공훈장을 대통령이 직접 장례식장에서 수여한 의미는 각별했다. 그것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어 북한 책임론을 짙게 암시하고 대북 적개심과 대결의식을 최고로 고취시켰다. 천안함 사고는 그 후 진상조사단의 발족과 활동, 북한 책임론 발표와 유엔 안보리 회부로 이어졌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적통제권의 3년간 연기 결정 등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사망 군인 전원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등 영웅대접을 했지만 생존장병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최근 국회 천안함침몰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던 기간이자 지방선거운동 기간 중에 합숙 교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방장관이 생존 장병들은 평택2함대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고 국회에서 진술한 것과 크게 다르다. 당연히 군이 거짓증언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천안함 생존자 현재 부대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천안함 특위 1차 회의 당일인 지난 5월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천안함 생존 군인 52명이 경남 진해에 있는 교육사령부 충무공리더십센터에서 2주간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존 장병들이 '격리돼있고, 외부로부터 차단'된 상태가 아니냐는 국회 차원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생존 장병들은 사고 발생 후 집단기자회견을 했을 뿐 개별적인 외부 접촉이 일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사망 장병들이 무공훈장을 받고 영웅 칭호를 받은 것과 너무 상반된 처우다.

무공훈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하에서 전투에 참가하여 뚜렷한 무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천안함 희생자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즉 침몰한 이유조차 불분명한 시점에서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논리였다. 천안함 사고 사망 장병에 대한 훈장 수여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많은 항의성 글들이 존재하지만 국방부 사이트에서 화랑무공훈장을 검색하면 ‘국민공감’난에서 아래의 글이 나온다. 지난 4월 26일 작성된 이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천안함은 물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46명의 장병은 총 한번 쏘지 못하고, 아니 총도 잡지 못하고, 희생되었습니다. 화랑무공훈장이라.. (정말 화랑무공훈장이 언제부터 이렇게 하찮은 것으로 전락했는가요?) 그냥 산화했으니까 이것이나 먹어라 하고, 그냥 던져주는 입막음 용입니까?---------

그러면 생존한 분들은 언제 훈장 수여하실 건가요? 이 분들도 한 배를 타셨는데... 꼭 죽어야만 화랑 훈장 수훈입니까? 설마, 국방부 장관님께서는 살아있는 걸로 다행인 줄 알아라 하시면서 품위 상신 계획은 없으시죠~! 그러나, 분명 안주시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아시죠~! 국방장관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계십니까?----------

이번 천안함 사태 관련 화랑무공훈장 서훈은.... 국가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분으로서 품위상신에 있어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국방장관으로서 사명감이 있습니까? 이번 천안함 사태가 화랑무공훈장의 훈격이 맞습니까? 국방부 장관께서는 화랑무공훈장을 누구에게 수여해야 되는지를 알기나 하시는 겁니까? 하나 더 물어 봅시다.. 이번에 천안함 사태 이후 침몰한 민간인에 대한 예우는 어떻게 진행될 건가요? 이분들도 국민여론을 업고서 충무무공훈장 서훈해 주실련지요? 정말 이번일과 같이 임기웅변식, 또한 여론에 휘둘려 주체성도 없이 훈장을 마구 뿌려대는...다시한번 말하지만 국방부장관님 이대로는 안됩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지금까지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한 국가 유공자들의 이름에 먹칠하지 마세요...목숨바쳐 각각의 전투에서 용맹스럽게 싸우다 산화하신 분들 하늘에서 웁니다.----------

이상의 글이 주장하는 논리는 절절하다. 만약 정부가 사망 군인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한 것이 정당하다면 생존 장병들에게도 그에 버금가는 포상을 해야 마땅하다.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 승무원들은 모두 같은 배에 승선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사고를 당했다. 배안 선실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사인은 대부분 익사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생존자들과 차별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가 사망자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했으면 생존한 천안함의 전 승무원들에게 동일한 또는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동일한 조건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웅대우를 하고 살아 돌아온 장병을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천안함 사고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의 주도로 국내외에서 대북 제재가 행해지고 있고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과 의혹 제기는 계속 이어진다. 진실은 하나다. 의혹을 자아내거나 석연치 않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번 사고는 관련 당사자가 너무 많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지닌 부적절한 태도는 청와대가 이 사고를 지나치게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짙은 의혹을 자아내게 한다. 정치는 항상 정(正)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화는 정치집단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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