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미군 잠수함 충돌설'과 '북한 어뢰 1번 표시 조작설' 등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삭제 결정이 내려져 과잉심의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는 '천안함이 미군 잠수함에 의해 침몰됐다'는 내용의 게시글 3건과 '북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조작이다'라는 내용의 게시글 1건 등 4건에 대해 해당 정보 삭제 조치를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삭제 결정 이유에 대해 "허위 또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나열해 단정적으로 주장했다"며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천안함 침몰 사고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게시글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무리한 억측 또는 과도한 추측성 정보를 제공해 불필요한 의혹을 조장하거나 이용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일반인의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천안함 침몰결과 발표 5일 전 인양했다는 어뢰 잔해물.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방통심의위의 천안함 게시물 삭제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천안함 침몰 참사에 대한 정부의 발표와 다른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불법행위라는 것으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조차 이번 심의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천안함 게시글과 관련해 이미 일부 네티즌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판결도 나기 전에 최소규제 원칙을 지켜야 할 위원회가 시정요구 조치를 내린 것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안함과 미군 핵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한 글 3건과 '1번 어뢰 표기 조작설' 1건 등 4건에 대해 삭제결정을 내렸지만, 똑같은 내용인데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거나 가상의 소설이라고 단서를 단 다른 게시글 2건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제재조치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란 글이면 모르겠지만 자기 의견을 밝힌 글에 대해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라고 단정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심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방통심의위 회의에서도 여야 추천 위원들 간에 천안함 의혹 게시물 삭제 조치를 놓고 의견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사안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표결에 붙여졌으며, 회의에 참석했던 7명 가운데 여당쪽 위원 5명 전원이 삭제 조치에 표를 던져 다수결로 결정됐다.

한편,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앞서 지난 24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도 경찰청 요구에 따라 '남한 침몰 사건 조사결과는 남한의 군사목적과 6·2지방선거를 위한 의도적인 모략극이며 날조극'이라는 북한 국방위원회 및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 담화문 등을 게재하거나 인용한 게시글 89건에 대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불법정보로 판단해 해당 정보의 삭제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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