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양적 팽창이 반드시 정보소비자를 현명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새로운 관찰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일이 너무 빨리 발생하거나 엄청난 양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소비자의 신경을 폭격하면 소비자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멍청해지고 어리둥절해진다.

정보는 그것의 가치가 인식될 때에만 실천과 연결되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가치 인식은 사색, 관조, 판단, 평가의 여러 절차들을 요구한다.

그러나 폭발적 정보증가는 판단에 필요한 시간을 소비자에게 허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소비자는 정보의 양적 팽창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뭐가 뭔지 판단하기 어려운 ‘어리둥절 효과’에 빠진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보글 이펙트’(boggle effect)라 부른 것도 인간의 한정된 인식능력과 정보폭발 사이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어리둥절 효과’의 하나이다.

‘어리둥절 효과’에서 신문이 주목할 것은 정보효과의 체감현상이다. 정보팽창의 정도가 인식의 한계를 크게 초과하면 할수록 정보의 효율과 생산성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

신문 지면이 크게 늘어난 뒤부터 신문 보기를 꺼리거나 배달된 신문조차도 아예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은 실증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신문사들이 충분히 유의하고 검증해봐야 할 정보임에 틀림없다. 이는 지면 채우기나 허접쓰레기 정보의 양적 공급확대가 신문의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 요긴한 정보이다.

이 얘기는 문화면의 정보공급방식과도 관계 있다. 신문 증면이 단행된 이후 가장 많은 증가를 보인 것이 문화정보이다. 지면 명칭이야 어찌됐건 간에 방송, 연예, 여가, 여행 등 성질상 ‘대중문화 영역’에 해당하는 정보지면들이 크게 늘어나고 공연예술과 전시예술 부문의 정보들도 엄청나게 불어나 있다.

문화정보의 양적 팽창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게 유용하고 가치 있는 정보의 팽창인가 쓰레기 정보의 팽창인가라는 것이다. 특히 공연, 전시, 이벤트 등의 행사관계 정보일수록 취재기자와 데스크가 유의해야 할 것은 ‘홍보성 기사’의 절제이다. 공연이나 상연물과 전시회 정보는 취재 기자가 자기 발로 가서 자기 눈으로 ‘보고 난 다음’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원칙은 어느 경우에도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

자기 눈으로 보고 그 유용성이나 중요성을 판단해보지도 않은 행사의 대대적 보도, 여기저기 다른 매체들의 보도를 보고 ‘뒷 공’ 치는 지면 취재, 행사 주체가 돌린 프로그램이나 베껴내는 기사 등등 이런 종류의 홍보성 보도들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독자를 오도하고 배신한다.

정보폭발의 시대일수록 독자가 원하는 것은 어느 것이 가치 있고 믿을 만한 정보인가를 판단하는 정보, 혹은 독자 판단을 지원할 유용한 자료를 담고 있는 정보인가 하는 것이다. 최소한 3단 이상의 행사보도 기사에서는 ‘판단과 평가’라는 중요한 역할 수행이 불가피하다. 무엇이 볼 만하고 들을 만하고 구경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자료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행사보도는 신뢰할만한 ‘문화의 베데커’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취재 기자에게 단순 취재 이상의 능력과 시간 투입, 전문화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문화정보가 독자를 계속 쓰레기통으로 안내할 때 독자는 신문을 떠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