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압승을 가두었다. 필자도 문수스님 소신공양 후 조계사 앞 서울한강선원에 모인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언론이 암울하게 전망하지만, 투표율이 50%만 넘으면 수원 장안구의 기적이 전국 단위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가 별다른 정치 감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너무도 무모한 미친 짓이기에 10분만 설명해도 대다수의 국민이 돌아서고, 그날 현재 국민의 70% 가까이가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표한 국민 중 60% 이상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말하여 4대강 사업은 공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 사기극이다. 현 정권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확보하며, 34만 명의 취업효과를 유발하며, 물을 맑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모두가 거짓이다. 홍수는 지류에서 95% 이상이 발생하므로 홍수를 막으려면 본류보다 지류 살리기로 전환해야 한다. 물은 4대강 모두에서 남으며, 정부는 1인당 1일 생활용수 수요량을 일본인 평균보다 100리터나 많은 453리터로 계산하여 국민을 속였다. 현재 4대강에서 일하고 있는 자는 1만 명 남짓이며, 외려 2만 2천 명의 농부가 실업자로 전락하여 취업효과는 마이너스다. 4대강은 현재 평균 1~2급수에 이르며, 보로 막을 경우 흐르면서 자연정화를 하던 것이 중지되어 급속히 썩는 것은 상식이다.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에 반대를 외치며 지난 5월 31일 소신공양으로 목숨을 잃은 문수스님의 분향소가 서울 조계사에 설치되어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럼에도 MB는 국민의 반대 여론과 지방선거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럼, 4대강 사업이 MB의 뜻대로 고스란히 이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첫째, 국토가 철저히 파괴되고 이 땅과 강과 바다가 오염되어 수많은 생명이 죽고 국민의 건강도 해칠 것이다. 지금 중장비로 강변과 습지를 밀어버리고 제방을 쌓고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는 바람에 강변과 강과 습지와 들이 조화를 이루던 아름다운 생태계가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16개의 보 설치가 끝나면 물은 급속히 오염된다. 하천 바닥의 오니를 5미터 깊이로 준설하고 이 오니엔 수많은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쑥부쟁이를 비롯한 한국 고유종의 생물이 죽거나 종이 멸종될 것이며, 국민들도 오염된 물을 먹고 건강을 해칠 것이다.

둘째, 토건카르텔은 장기집권을 달성하고 지역사회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부패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중앙과 지방에 포진한 토건 세력의 지배력과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자 이를 기반으로 정권의 재창출을 이뤄내려는 정치적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서 MB를 중심으로 한 토건카르텔은 수 조원을 챙겨, 일본의 자민당체제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 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 상황에 놓이고 부패는 구조화한다. MB가 실정법을 어기고 군대를 동원하면서까지 속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운하에 대한 아집과 함께 장기집권 욕망 때문이다.

   
  ▲ 경기도 여주 남한강 4대강사업 현장. 이치열기자  
 
셋째, 홍수나 침수 등 재앙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7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에 홍수 가능성이 큰데, 현 정권은 수리모형 실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마지못해 실시한 수리모형 실험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분인 콘크리트 보와 이어진 둑 사이의 실험은 하지 않았다. 집중호우 시 이 부분이 무너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상이 높아져 곳곳에서 침수 가능성이 크며, 이 반대로 바닥 준설로 갈수기에는 지하수위가 낮아져 숲과 식물이 쉽게 말라 죽을 수 있다. 만약 연천댐처럼 보와 맞닿은 둑이 무너져 국민이 죽는다면, MB는 대통령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넷째, 243점의 귀중한 문화재와 1400곳의 문화재분포지역이 침수되거나 영향을 받을 것이다. 4대강의 유역은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시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문명을 꽃을 피운 터전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법으로 보장된 문화재조사도 제대로 행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이곳에 위치한 문화재와 문화재분포지역이 위험 상황에 있다.

   
  ▲ 낙동강 칠곡보 공사 현장. 지율스님이 4대강 사업으로 무너져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이다.  
 
다섯째, 마을의 지역공동체가 해체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마을에서 삶을 영위하던 2만 2천 명의 농민이 직업과 농토를 잃고 이주민으로 방랑하고 있다. 다른 농민들도 4대강 개발로 서로 갈등하고, 물신의 지배를 받으면서 인간적인 연대는 깨지고 공동체는 붕괴되고 있다.

여섯째, 개발지향형 인간을 양산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이 땅의 강만이 아니라 내 심성 안에 흐르는 강을 막아 오직 경쟁과 생산성의 효율만을 향해 달리게 한다. 4대강 사업을 낳은 근본 동인은 MB도 아니고 ‘우리 안의 MB’, 곧 남을 누르고서라도 잘 살고 잘 먹고 많은 돈을 벌려는 욕망이다. 지금 MB는 홍보 부족 운운하며 국민들의 그런 욕망에 호소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될수록 이런 욕망은 증대되고, 결국 우리나라는 이런 욕망으로 들끓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4대강 사업에 무관심하여 자연이 온통 훼손되고 사람도 물신과 향락만 추구하는 ‘타락민국’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저항하여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지난 5월 10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전국의 천주교 사제 300여 명과 신도 8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미사가 명동성당에서 열린 것은 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이다.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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