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수중폭발로 침몰했다는 민군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정면으로 반박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의혹과 의문을 유엔 안보리 이사회와 사무총장에 전달되는 등 국제적 의혹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최근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지난 2000년 발생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사건과 똑같다고 밝혀 주목된다. 당시 쿠르스크호 사건은 사고 초기 외부폭발로 봤지만 1년 11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내부 폭발로 결론을 내렸던 사건이다.

최문순 국회 천안함침몰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민주당 의원)은 18일 인터뷰에서 '천안함 선체와 어뢰잔해물의 흡착물질과 모의폭파실험 시 검출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북한 어뢰 공격의 결정적 증거'라는 합조단 주장에 대해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자체 실험을 통해 '과학적 사실이 아니며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이사회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18일 저녁쯤 이 교수의 논문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은 최근 이 교수 등의 의혹 제기가 나오자 자신들의 조사결과 분석을 뒤집는 조사결과('비결정질 외에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도 나왔다')가 나왔다고 번복한 바 있다.

   
  ▲ 이승헌 교수의 실험결과. a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보인다. ⓒ이승헌 교수 논문.  
 
최 의원은 이를 두고 "국방부와 합조단은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자기들이 발표했다가 언론 정치권 문제제기하면 바로 번복하고 보완하거나, 처음엔 '아니다' '절대 없다'고 했다가도 언론과 정치인들이 집요하게 파고들다가 뭔가가 드러나면 그 때서야 시인하고 해명하는 일이 계속돼왔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발생시간, TOD 동영상, 물기둥 증언, 흡착물질 등 가장 핵심적인 내용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조단이 발표했거나 제시했던 팩트치고 바뀌지 않은 게 거의 없다"며 "대국민 신뢰를 못주는 일을 스스로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흡착물질 분석과 관련해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며, 선체와 어뢰잔해, 모의폭발실험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그동안 제시해온 조사내용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보이는 것이었다"며 "그나마 가장 과학적으로 볼 유일한 근거였는데, 그것마저 아주 정면으로 뒤집힌 것으로, 이제 결정적 증거라고까지 했던 것들 가운데 증거로서 생명력이 남아있는 게 없어졌을 정도"라고 혹평했다.

한편, 최 의원은 이날 공개한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의 면담결과를 공개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최 의원과의 면담에서 "이번 한국에 파견된 3명의 러시아 전문가는 과거 2000년 러시아 원자력 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을 조사했던 당사자"라며 "천안함 침몰은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 똑같다"고 밝혔다.

브누코프 대사는 "이들 전문가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이 직접 파견한 전문가로 객관적·과학적 분석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며 연방정부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책임있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대략 2∼3주 뒤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면담을 하는 모습. ⓒ최문순 의원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인터뷰에서 면담 내용 가운데 천안함과 쿠르스크호 사건이 똑같다는 언급과 관련해 "당시 사건은 외부공격이라고 했다가 결국 내부사고로 밝혀졌던 사건이었다"며 "브누코프 대사가 그것을 얘기하려고 이 사례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브누코프 대사 말의 핵심은 천암함 사건이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국내 언론에 보도됐던 '러시아 조사단이 수중폭발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조사단이 조사한 상태에서 돌아갔기 때문에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쿠르스크호는 지난 2000년 8월12일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를 지나다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이다. 러시아는 사고 초기에는 외부폭발로 원인을 추정했지만 1년 11개월간의 조사결과 잠수함 안에 있던 어뢰에서 연료가 유출돼 폭발이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 지난 2000년 8월 침몰했던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일부가 인양된 뒤 드러낸 모습. ⓒenglih russia  
 
다음은 최 의원과 18일 나눈 일문일답 요지.

-천안함 선체, 어뢰잔해물의 흡착물질과 모의폭파실험 결과에서 나온 분석결과 북한 어뢰의 수중폭발의 결정적 근거라고 강조했던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 이승헌 교수 등이 자체 실험을 통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내용을 유엔 안보리 이사회와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보냈나.
"안보리 이사회에 반 총장에게 오늘 중 제출할 계획이다. 이 교수가 학술논문에 게재했기 때문에 그 내용 그대로 보낼 것이다. 안보리에서 심의할 때 고려해달라는 취지이다. 그 내용 자체가 '합조단 설명이 조작됐다'는 것이어서 별도의 의견을 따로 낼 필요는 없지만 이에 대한 간략한 취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생각이다."

-합조단이 의혹제기 이후 최근 흡착물질 설명을 번복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국방부와 합조단은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자기들이 발표했다가 언론 정치권 문제제기하면 바로 번복하고 보완하거나, 처음엔 '아니다' '절대 없다'고 했다가도 언론과 정치인들이 집요하게 파고들다가 뭔가가 드러나면 그 때서야 시인하고 해명하는 일이 계속돼왔다. 발생시간, TOD 동영상, 물기둥 증언, 흡착물질 등 가장 핵심적인 내용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조단이 발표했거나 제시했던 팩트치고 바뀌지 않은 게 거의 없다. 계속 뒤집힌다. '문제제기'→'자기모순발견'→'번복, 해명'이 반복되고 있다. 대국민 신뢰를 못주는 일을 스스로 벌이고 있다. 그 흐름을 보면 시간, 장소, 원인, 데이터 등 사건의 진상을 밝힐 핵심 쟁점에 대해 어느 하나도 지금까지 일관성있게 유지되는 게 없다."

-가장 과학적 근거로 내세웠던 흡착물질에 대한 분석도 반박당했는데.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며, 선체와 어뢰잔해, 모의폭발실험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그동안 제시해온 조사내용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보이는 것이었다. 그외에 어뢰잔해의 '1번' 글씨, 카탈로그 등은 과학이 아니라 사실상 주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나마 흡착물질 분석결과가 과학적으로 볼 유일한 근거였는데, 그것마저 아주 정면으로 뒤집혔다. 결정적 증거라고까지 했던 것들 가운데 증거로서 생명력이 남아있는 게 없어졌을 정도다. 매직으로 쓰인 1번글씨가 온도에 견딜 수 있는지, 카탈로그는 북한 것이 맞는 것인지, 흡착물질 실험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만 남게 됐다."

-지난 17일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면담했는데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느꼈나.
"러시아는 사고원인에 대해 한마디 한 적도 없고, 공식입장도 없다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이 지난 2000년도 러시아 잠수함 침몰사고와 똑같다고 했다. 이번에 조사하고 다녀간 조사단 가운데 3명이 당시 투입됐던 사람들이다. 당시 사건은 외부공격이라고 했다가 결국 내부사고로 밝혀졌던 사건이었다. 브누코프 대사가 그렇게 얘기하려고 이 사례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브누코프 대사 말의 핵심은 천암함 사건이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에 보도됐던 '러시아 조사단이 수중폭발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조사단이 조사한 상태에서 돌아갔기 때문에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했다."

-향후 천안함특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다음주 화요일(22일)에 열린다. 이번에도 결정적 증거들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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