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한 어뢰 공격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로 제시됐던 민군 합동조사(합조단)단의 '흡착물 폭약성분 분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언론3단체 검증위원회가 16일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인 3단체로 구성된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검증위)는 16일 저녁 긴급자료를 내어 이같이 지적하고 합조단 조사의 신뢰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만큼 국정조사 실시를 재차 촉구했다.

검증위는 △합조단이 최근 어뢰 잔해와 함체에서 수거한 흡착 물질에 대한 재분석을 실시했으며, △지난달 20일 조사결과 발표 때 공개했던 분석 결과와 다른 결과를 얻었음을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시인했고, △합조단 관계자도 "최초 분석 결과에서는 미처 판독하지 못했던 중요 성분을 재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한 점을 제시한 뒤 "스스로 주장한 논리를 뒤집은 것"(노종면 검증위 책임검증위원)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합조단은 천안함 함체(A)와 어뢰 잔해(B), 그리고 모의 폭발 실험(C)에서 추출한 흡착물질의 성분을 분석해 3곳 모두 동일한 폭발 성분(알루미늄)이 검출됐다고 밝혀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어뢰 잔해와 천안함 침몰의 상관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삼았었다.

   
  ▲ 언론3단체 검증위가 지난 4일 발표한 검증결과에서 천안함 연돌(왼쪽)과 프로펠러(가운데)에 묻은 흡착물질과, 일반 어선에 묻은 흡착 물질을 비교한 사진. 모양이나 성분 상 큰 상이점이 별로 없다는 평가다. ⓒ천안함 조사 언론3단체 검증위원회  
 
또한 합조단에서 실시했던 흡착물질 성분 분석 방법은 △에너지 분광기 분석(EDS)과 △X선 회절기 분석(X-Ray) 등 2가지로, 전자(EDS)의 실험에서는 성분이 세곳에서 유사하게 나왔지만, 후자(X-Ray)의 경우 모의 실험 추출물(C)에서만 폭발 물질인 알루미늄이 검출되고 함체(A)와 어뢰 잔해(B)의 흡착물질에서는 알루미늄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합조단은 이를 두고 "알루미늄이 용융과 급랭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 산화되어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오히려 폭발을 입증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언론 3단체 검증위와 일부 전문가들은 "두가지 분석 방식에서 도출된 결론이 다르다면 둘 중 하나는 심각한 오류이거나 조작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합조단은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최근 재실험을 통해 A와 B, 즉 함체와 어뢰의 흡착물에서도 알루미늄이 극소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검증위는 '폭발 때문에 알루미늄이 모두 산화돼서 검출되지 않는다'던 입장을 철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증위는 합조단에 대해 "'어뢰 폭발'이라는 결론과 배치됐던 분석 결과를 마치 과학적 근거인 것처럼 주장해오다 뒤늦게 재실험을 통해 결론에 부합하는 분석으로 정정한 것"이라며 "이미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 합조단의 재분석 결과가 어느 정도 신뢰성을 담보할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노종면 검증위원은 이를 두고 16일 밤 "합조단은 시종일관 알루미늄(또는 '결정질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용해와 금융과정에서 완전히 산화된다' '폭발할 경우 알루미늄 결정체 등이 발견되지 않는 게 맞다'면서 이것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해오다 '알루미늄 결정체가 있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니 다시 실험해서 산화물(결정체)을 찾았다고 하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서, 비과학적 주장을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다가 '그런 주장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니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 맞춰서 다시 근거를 찾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돼 나온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판재에 부착된 상태로 검사한 것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초 합조단은 모의실험에서 나온 알루미늄 성분은 폭약에서 나온 게 아니라 폭약에 부착된 '알루미늄 판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검증위는 "전문가들은 '판재에 부착된 상태의 검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천안함 검증위  
 
검증위는 "어떤 조사든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흡착물질 분석 결과는 어뢰 잔해가 결정적 증거로 인정받는데 가장 중요한 과학적 근거였다는 점에서 합조단이 내놓은 조사결과는 근본적인 불신과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며 "흡착물질 분석의 오류는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실험과 분석, 향후 재검증 등을 합조단에 맡길 수 없는 분명하고도 충분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검증위는 "선거 일정에 맞춰 조사 결과 발표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지적이 결코 발목잡기가 아니었음도 확인됐다"며 △합조단의 왜 분석에 오류가 있었는지 △조작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힐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검증위는 또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조사결과의 오류가 고착되지 않도록 국회가 조속히 국정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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