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을 SBS가 단독중계하면서 국내 취재현장에서도 황당한 '독점'의 폐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그리스 전이 열린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강남 코엑스 앞 거리 응원현장. KBS 취재진과 VJ, 동영상 블로거 미디어몽구(김정환·33) 등이 거리응원 현장 촬영을 하려하자 주최측 경호원들이 일체 취재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는 김씨가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13일 김씨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KBS 취재진이 '(취재를 못하게 하는) 설명을 해주셔야지 않느냐'고 따져묻자 경호원 A씨는 "여기가 SBS가 광고준데"라며 막아섰다. 이어 취재진인 "SBS가 산 땅이 아니잖느냐. (취재못하게) 그럴 리가 없다. 우리가 언론인인데, 말이 안되잖느냐"고 재차 항의하자 A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맞다고요. 맞습니다. 알아보시고, 안되면 싸우세요, 가서, SBS 가서 싸우시라고요."

   
  ▲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거리응원 무대 앞에서 주최측 경호원들이 KBS 취재진 등의 촬영을 통제하고 있는 동영상. ⓒ미디어몽구(김정환)  
 
   
  ▲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거리응원 무대 앞에서 주최측 경호원들이 KBS 취재진 등의 촬영을 통제하고 있는 동영상. ⓒ미디어몽구(김정환)  
 
이어 다른 경호원 B씨가 KBS 취재진에게 와서 SBS 이외의 취재는 안된다며 거들었다.

"SBS만 중계권이 있어서 모든 방송도 일체 안되고 사진촬영도 안돼요. 촬영은 아예 안돼요, 전달받은 사항이라 잘 모르겠는데, SBS 아니면 안돼요."

'시민도 촬영불가하냐'는 질문에 B씨는 "아예 자제하라고 위에서 내려왔다"며 "(위가 어디인지) 우리는 잘 모르겠고, 위에 팀장 포함해 전달된 내용이다. KBS(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촬영을 하려면 SBS에 중계료를 내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거리응원 무대 앞에서 주최측 경호원들이 KBS 취재진 등의 촬영을 통제하고 있는 동영상. ⓒ미디어몽구(김정환)  
 
KBS 취재진과 함께 이처럼 현장취재를 통제당하면서도 이런 상황을 촬영한 미디어몽구 김정환씨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도 못찍게 했을 뿐 아니라 KBS 기자들에게 한 것에 대해 KBS 취재진도 황당해했다.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김씨는 "그래도 몰래몰래 찍었다. 비오는데 택시 승강장에 앉아서 찍긴 했지만 경호원들이 눈치를 보면서 계속 따라다니며 감시해서 2시간 정도 있다가 5시30분께 시청광장으로 옮겼다"며 "강남 거리응원 현지에는 SBS 취재진과 VJ이 가장 많았고, 그 사람들은 비표를 차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김씨는 주최측에 대해 "SBS, 강남구청과 어디 한군데 기업으로 안다"며 "중계도 독점하고, 이제 취재와 문화까지도 독점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들의 축제문화까지도 SBS의 단독중계에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 즐기고 찍고 촬영하는 것까지 못하게 막고, 나를 포함해 다른 기자들도 수모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지난 12일 김정환씨가 촬영한 동영상 원본.(http://www.mongu.net/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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