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명예퇴직제도를 악용,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거의 강제적으로 퇴직을 강요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는 12월 15일 명예퇴직 신청자 접수를 마감하고 올해 12월 31일로 명예퇴직자 27명을 최종 확정했으나 이들 명예퇴직자 상당수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실상 사측으로 부터 퇴직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명예퇴직자들은 논설위원실, 편집국, 출판국, 심의실, 데이타 베이스국, 외사실등 5개 국실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12월 초 명예퇴직자 희망자에 대한 접수를 15일까지 받는다고 공표했으나 미리 대상자 명단을 작성, 당사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만약 불응할 경우 보직해임 및 수당지급 중단등 불이익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등 퇴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에서 편집국 기자출신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강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예퇴직 신청서를 낸 한 장기근속 간부는 사전에 구두로 퇴직할 것을 종용했다며 이같은 명예퇴직제는 사실상 정년제를 무력화시키는 퇴직 강요행위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김기만)는 12월 20일 최근 명예퇴직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당사자에게 사전예고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 사직을 강요한 것은 사실상의 감원조치라며 무분별한 명예퇴직제를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와함께 △명예퇴직 예고제 실시 △명예퇴직 기준공개 △장기인력수급계획 제시 △명예퇴직자 취업알선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사 인사부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방침이라며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해 사전 통보한 일은 결코 없다고 퇴직 강요 사실을 부인했다.

명예퇴직제란

주로 대기업 등에서 경영합리화와 인력수급을 원활히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하고 있는 명예퇴직제는 대상자들로부터 강제퇴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명예퇴직제가 규정상으로는 신청여부를 자발적인 개인의사로 결정하게 돼있으나 실제로는 회사측이 해당부서 책임자를 통해 은밀히 사전 통지하거나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동아일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회사측은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 명예퇴직 대상자들은 회사측이 사전 통지하고 퇴직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사실상의 강제 감원조치이자 정년단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이번 명예퇴직 강요는 특히 그 대상자들이 편집국 기자 출신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며 앞으로 언론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원활한 인력수급및 조직의 활성화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상의 강제해직이 미칠 영향은 언론사의 특성상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는게 기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공공연히 강제 퇴직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비판적이고 공정한 시각과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사권자의 의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라는 지적들이다.

이는 곧 기자들의 취재 보도활동의 위축을 초래해 회사 차원에서도 길게 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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