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의 창안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사진). 미 하버드대 교수인 그는 자신의 49번째 생일 다음날인 지난 4일 세계 각지에서 모인 CC 활동가들 앞에 섰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서울에서 주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그는 기술의 개방을 넘어선 문화적 개방을 강조했다.
그는 "태초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었다. 가장 섹시한 기업이었다"며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그때엔 가장 같이 하고 싶은 회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 익스플로러를 보급하기 위해 운영체제(OS) 차원에서 경쟁사 넷스케이프를 통제한 MS는 더 이상 '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후 등장한 리눅스, 파이어폭스, 구글, 아파치 등은 오픈 플랫폼 시대를 열었고, 콘텐츠를 통제하지 않은 이들은 더 많은 혁신을 불러왔다고 했다. 그러나 세 번째 등장한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앞서의 것들과 또 달랐다. 플랫폼 제공자가 외부에서의 혁신을 부르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의 창안자 로렌스 레식.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페이스북도 어떤 면에서는 MS와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의 라이선스 권한을 언제든 박탈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이 이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개방은 아무도 플랫폼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발자 그 누구도 통제의 두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도 지적했다. 개발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서의 소유권과 통제권 모두 애플사에 넘겨야 하는 협약에 동의해야 하고, 이에 대한 공개 발언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언제든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애플이 폐기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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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상황을 미국식 유머 'All your base are belong to us!'에 빗대 'All your apps are belong to apple(당신들의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애플이 접수했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혁신은 일어나고 있다"며 "자유와 개방이 혁신에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이자 가장 최근의 흐름인 이 '통제되는 개방'에 대해 그는 경제학으로 설명했다.
"돈으로 거래하는 영리 경제, 돈이 필요 없는 공유 경제, 그리고 영리와 공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형) 세 가지가 있다. 지금은 통제되고 있는 하이브리드다. 이제는 기술적 개방보다 문화적 개방이 중요하다. 리믹스크리에이터(재창조자)의 권리가 핵심이 되게 할 아이디어가 더 필요하다. 우리가 구축하고 창조하는 것을 인터넷의 미래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