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 한창이다. 검찰의 5·18 특별수사는 80년의 폭압적 상황을, 그것의 범죄적 성격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의 5·18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수사발표를 통해 80년 언론통폐합 작업이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의 하나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조치였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주요 기사로 다루며 언론의 피해자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시 방송국을 강탈당하거나 신문을 강제 폐간당했던 언론사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빼앗긴 재산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언론계의 ‘역사 바로세우기’ 해법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우리는 당시 직접 피해를 당한 언론사들의 이같은 주장 자체에 대해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굴절되고 왜곡된 언론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이같은 ‘재산되찾기’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진정한 의미의 언론 바로세우기를 위한 언론계 내부의 투쟁들은 권력과 내통한 언론자본에 의해 진압당하고 축출당했다. 이것이 우리 언론의 역사이며 현실이다.

식민지 시절 일장기를 말소한 기자는 쫓겨났지만 이제 그 신문사는 그것을 자신들의 자랑스런 역사로 꼽는다. 유신 폭압에 항거한 기자들을 내쫓은 75년의 언론 풍경과 광주 학살을 자행한 신군부에 저항한 언론인들을 거리로 내몬 80년의 상황에 대한 언론 자본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80년 전두환 일당의 언론인 학살 음모에 한마디 반발하기는 커녕 그해 전체 해직자의 60%에 해당하는 4백20여명을 ‘끼워팔기’식으로 추가 해고 시킨 언론자본의 간교한 모습을 알고 있다.

또한 신군부와 적극 결탁하여 그들의 언론인 ‘숙정’ 사업을 은밀하게 도와준 내부 인사들이 있다는 언론계에 회자되는 의혹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5·18 당시 군부 세력의 탈법적 행위에 대한 수사를 공소 유지를 위한 실정법 위반의 범죄 구성 요건 찾아내기에 그치고 언론은 이를 받아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로서만 있었던 것인양 보도하고 있을 때 언론 자본에 의해 저질러진 불법적 언론인 학살과 그것의 반역사적 성격은 은폐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이같은 판단은 검찰로 하여금 당시 신군부와 공모 관계를 의심받는 언론계 일각의 내부 공조 세력과 언론인들의 부당 해고를 자행한 집단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언론의 ‘자율’은 이 부분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

검찰이 참으로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에 부끄럼없이 임하는 자세가 돼있다면 가해자로서 그리고 반민주 세력의 적극 동조자로서의 언론 자본의 적나라한 모습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지금의 언론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해서 이 작업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현재 진행되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은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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