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11일 인터뷰에서 "한번에 끝내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끊임없는 냉철한 싸움을 하자. 그것이 MBC를 지키는 길"이라며 총파업 일시 중단과 현장 복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근행 본부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파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노조는 지난 37일 동안 MBC 장악 진상규명과 김재철 퇴진을 목표로 총파업을 해왔다. 그런데 정권이 막후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김재철 퇴진 목표가 달성되기 힘들었다. 정권은 MBC가 파업 상황이 지속돼 스스로 자멸하기를 바라고 있고, 현 선거 국면에선 MBC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는 것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전술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파업 투쟁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 총파업으로 고양된 에너지를 현장에 투여하는 것도 시청자에 대한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선거 국면에서 국민에게 올바른 선택의 근거를 제공하는 공정한 선거보도, 대형 이슈들에 대한 정확하고 비판적인 보도도 정말 중요한 투쟁이다."

   
  ▲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37일 간의 총파업 성과는?
"수 차례 파업을 했지만 이번 파업만큼 어려운 결단은 없었다. MBC 구성원들의 건강성과 공영방송 사수 의지가 국민에게 전달됐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각자 언론 노동자로서 개인의 사명, 사회적 책무를 각성하는 성과가 있었다. 오랫동안 진정한 공영방송 MBC를 지킬 수 있는 엄청난 자양분이 형성됐다."

- 총회에서 상당수 조합원들은 파업 유지를 주장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MBC를 지키고자 하는 열정, 김재철 사장 퇴진을 향한 분노가 아주 고양돼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이번 싸움은 김재철 퇴진으로 끝나지 않는 긴 싸움이다. 산 넘어 산이다. 사장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몰아내는 것은 조합이나 MBC에 엄청난 공격의 빌미를 주고 내부적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신중했으면 한다. 오히려 이 에너지를 현장 투쟁에 충실히 사용한다면, 어떤 투쟁을 하든 국민이 지켜줄 것이다."

- '안 좋은 파업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총파업도 투쟁이고 현장 투쟁도 투쟁이다. 투쟁 전환이 투쟁 중단을 뜻하지 않는다. 국면에 따라 언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선택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선택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노조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구성원으로부터 버림 받은 사장에게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 사측과의 이면 합의는 없나. 
"이면 합의 방식은 현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권 하에서 노동조합과 정권의 하수인인 김재철 사장의 이면 합의가 어떻게 가능하겠나.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퇴진, 방문진의 개혁은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지켜져야 하는 당위적인 것이다."

- KBS의 선례를 보면 향후 얼마나 '공정 방송'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방송 투쟁은 조합의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 현재 조직 역량과 투쟁 의지가 고양돼 있는 상황이다."

- 사측의 징계가 예상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후안무치한 사측과 경영진은 우리를 징계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의 주장이 틀렸으면 징계를 할 수 있다.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측이 과연 올바른 모습을 보였나. 사측이 해사 행위를 하지 않았나. 그들의 징계 자격을 묻고 싶다."

- 정권의 'MBC 장악' 시도도 계속 되지 않겠나.
"김우룡의 '큰집 조인트' 폭탄 발언은 엄청난 문제인데,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무기력한 제 1야당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자세를 보일수록 국민에게 지지 받지 못하고 국정 대안 세력이 되지 못한다. 집권 여당도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이렇게 끌고 갈수록 가지고 있는 권력이 무너지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총파업을 지속하든 안 하든 방문진을 정치 권력과 독립되게 할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