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끝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좌초설과 어뢰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강한 어조로 쏟아지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북한의 공격이라고 적시하지는 않으면서도 보복을 천명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신기록과 열상감지장치(TOD) 영상 등을 공개하라는 압박에는 함구하면서 관련 의혹에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 보도도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7일 "천안함 연돌과 절단면 등에서 TNT보다 위력이 강한 고폭약인 RDX가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천안함 사태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RDX가 독일제 어뢰에 쓰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아군의 오폭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에서 안보 자문을 맡고 있는 조명진 박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독일제 어뢰는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10일 기자실을 방문해 "RDX는 모든 국가의 군과 산업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어뢰 가능성이 클 뿐이지 뭐라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한 단계 톤 다운을 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RDX 성분 분석만으로 화약 제조국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로서는 어뢰공격이 침몰원인인지 조차도 확실치 않은 상태다.

민간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연돌까지 폭약이 남아있을 정도면 선체 밑바닥은 폭약으로 칠갑이 돼 있어야 할 것"이라며 "어뢰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해난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공사 대표도 "비수용성인 RDX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녹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왜 시신과 생존자에는 전혀 묻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있는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 비서관은 "미량의 화약이나 작은 금속 조각을 두고 결정적 근거, 스모킹 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들과 주변국을 납득시키려면 좀 더 확실한 물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비서관은 "어뢰라면 직접 타격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조사단에 참여한 외국인들도 확실한 물증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음향학 전공인 배명진 숭실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백령도 지진관측소에 기록된 진도 1.5의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길이 88m의 물체가 진동하면서 만든 파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8.54Hz의 주파수는 사람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에 고막파열 현상도 당연히 없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폭발과 동시에 함체의 울림이 시작된 걸로 추정되는데 이는 어뢰의 직접 충돌을 의미한다"고 조사단의 버블제트형 폭발설을 반박했다.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는 10일 미공개 TOD 영상을 직접 본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천안함이 멀쩡하게 가고 있다가 갑자기 뚝 부러져서 5분도 안 돼 함미가 가라앉았다"면서 "사고원인은 좌초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사단 대변인인 문병옥 해군 준장은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유포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미공개 TOD 영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온갖 의혹과 억측이 끊이지 않는 건 조사단이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사단은 좌초는 절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상철 대표는 "국민들이 제기하는 상식적인 의문에 대해 무조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고 직전 7분의 교신기록만 밝혀도 의혹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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